땡볕에서 하루 종일 대나무로 된 밭일 모자를 눌러쓰고 잡초도 다듬고 정원일을 하다 보니 32도나 되는 햇빛이
내 피부를 뚪고 들어오는 것 같은 열기로 온몸이 부글부글 끓는 것 같았다
시골집을 살고자 한 것도 아니고 , 한국도 아닌 미국에서 깡시골에 살고 있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나와 자연의 씨름이다
11년젼 플로리다로 이사를 올 당시에는 남편은 잠시 머물 것처럼 나를 달래며 이곳으로 이사를 했다
모든경제적일을 남편이 하게 된 건 영어로 서류라도 날아올 치면 하얀 건 종이요 까만 건 글씨로 아는 내 영어 수준에
감당하기엔 버거운 현실이어서 돈 벌어오는 남편이 경제운영을 하고 난 보조를 맞춰주는 딜아닌 딜을 했지만
나의 소망은 조금은. 편한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도시로 가고자 하는 것
하지만, 모든 사람이 열망한다 해서 그 열망이 다 이루어지지 않듯이 나도 어느덧 자연스럽게 포기 아닌 체념을 하고
주어진 이 시골 생활을 하고 있는 거다. 그런다고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남편에 대해 잊고 있던 원망이 없어졌던 건 아니었다
퇴근하며 얼굴에 한가득. 웃음을 띠고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며 다가오는 남편에게 눈이 지져져라 사납게 째려보니
남편의 얼굴이 사정없이 굳어버리며 “무슨 일이냐”묻는데. 손에 끼고 있던 장갑을 획~~ 집어던지고 난집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5시 반까지 출근을 하는 남편. 그에 하루도 쉽지 않았을 덴데 평상시 나였다면,
엉덩이를 두드리고 물을 가져다주고 종일 회사일에 시달렸을 남편을 위해 편안한 휴식 같은 와이프였울게다. 그러나
일주일 넘게 뙤약볕에서 마당의 잡일을 하다 보니 , 지치기도 하고 이런 시골에서 나를 살게 한 남편에게 원망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든 것이다.
내가 열 가지를 너를 위해 포기했으면 넌 나를 위해 한 가지라도 포기해줘야 하지 않냐는 뜬금없는 나의 공격에
이 타이밍이 무엇을 위한 말인지 갈피조차잡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는 남편 …
잡초약 뿌리는 사람이라도 부르지 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냐는 말끝에 이제 상황파악이 됐는지
하지말지 왜 했냐며 내 얼굴이 붉그레 오른 걸 보며 얼음수건을 가져다 닦아준다
미안하다.. 내가 주말에 야구릴데니 하지 말아라 내일은 쉬라며 토닥여준다
얼음을 띄운 커피 한잔과 찬 얼음수건을 내 얼굴에 대어주는 남편을 바라보자니
아이고.. 또 내가 새벽일 하고 온사람한데 심통을 냈구나.. 날씨가 더워서 난 짜증을 남편 한데
패악질을 부렸구나. 단 한 번도 나에게 화낸 적 없는 이 착한 사람에게 또 승질머리 못 둬먹은 내가
지 성질에 못 이겨서 살얼음판을 걷게 해 버렸구나 찬얼음커피 한잔을 들이켜고 나니 번쩍 정신이 들어
일상의 나로 돌아와 남편과 얼굴을 마주했다. 그저 순한 레트리버 같은 선한 눈매를 가진 내 반쪽
온순하고 조용한 내 신랑, 한 번씩 오늘처럼 이유 없는 나의 공격을 그 순하고 선함으로 가라앉힌 것도
십몇 년 나를 알고 파악한 남편의 노하우일찌는 모르지만 , 서로에게 익숙함과 서로의 성향을 인지한
우리 부부만의 부부싸움을 이겨내는 법칙이 아닐까? 만약 누구 하나가 더 강하게 반응했다면 어떤 이유든
큰 싸움이 될 수 있었으나 , 조절이 필요한 순간 남편의 순함이 공격적이었던 나의 짜증을 사그라들게 했던 거다
만약 그 자리에서 남편이 한마디를 거들어 여늬 사람들처럼 왜!! 짜증이야라던가 더운데 나가서 일한건 당신이지 않냐라고
한마디 던졌었다면 그건 개싸움의서막을됬을게다. 다행히도 그런 성향의 성격이 아닌 남편인지라
우리 부부의 싸움은 늘 이렇게 맥없고 맥락도 없고 이유불투명하지만 우리 부부만 그런 건 아닐 거다
가깝고도 먼 게 부부라고 했나 남의 편이라 남편이라 했나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던 두 사람이 사랑이라는 공통분모감정에 묶여
서로의 단점을 보기보다 장점을 먼저 보려 하는 그 마음으로 부부로 연결되지만 그 관계가 깨지는 것도 하잘것없는 혀의
놀림이고 보이지 않는 편협한 자신의 이기적 성질 때문이다. 순간 참지 못한 욱한 1분 때문에 혀에 칼을 품고 자신에게 그 칼이 되돌이표로
돌아올지도 모르고 내뱉어버려 때론 잔인하고 때론 상대방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기는 말
도를 넘지 않는 상대방에 대한 공격과 말이 칼이 되어 박힐 순간 한 템포 숨을 몰아쉬고 1분 침묵하고
눈을 감고 생각하는 법을 알게 된다면 우리 일상에 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부부를 정의할 수 없고 모든 사람이 내 남편과 같은 성향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내 손안에 손가락도 그 모양과
쓰임새가 다르다는 걸 인지한다면 남편도 부인도 다른 생각의 소유 자라는 걸 잊지 말고 깊은 숨을 내 쉬어보자
다름과 틀림의 종이 한 장이 극복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