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수다
우중충한 날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더니 한 방울씩 차창으로 비들이 보였다
어제저녁 아는 동생과 몇 시간 수다를 떨고도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남아 동생을 만나러 가는 길인데 왜? 갑자기 사춘기소녀처럼 마음이 설레는 걸까
오십 중반 누구와 마음을 나누기엔 생각도 많고 두려운 것도 많은 게 , 내 나이또래 아줌마들이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너무 많은 걸 알아버린 나이 인지라
사람을 마음으로 믿는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살면서 겪은 지혜인 거라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동생은 비주얼은 괄괄하고 털털한 것에 비해 십자수를 잘하고 가야금도 잘하는 아주 의외의 모습이라 내 호기심을 자극한 것도 있으나
성격이 솔직하고 담백한 것이 나와 잘 통할 것 같아 즐거운 마음으로 만나러 갔던 것이다
누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 오늘처럼 설레던 게 언제였었나 기억도 안 난다
보잘것없는 나 아무도 기억조차 내가 누구인지 조차도 모르겠지만 난 나로서 자존감을 가지려 하고 지킬 것 없는 자존심도 지키려
노력하기에 사람들의 어설픈 입방아에 오르내리길 거부하며 살아가지만 그래도 인간 역시? 동물이라서 인지 내 구역을 침범할 땐 잡아먹을 것처럼
할퀴고 달려들지만 선의의 느낌으로 다가올 땐 가진걸 모두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 아닌가
상처받을 땐 받고 눈이 퉁퉁부을때까지 울고서도 분이 안 풀려 씩씩거리지만, 또 언제 그랬나 잊고 다시 사람들 속으로…
이런 마음으로 오늘 동생을 만났고 역시나 시원스러운 허스키에 나의 예상을 벗어나 소탈함 그리고 솔직함 그 시간이 값지고 고맙기까지 했다
마음을 나눈 다는 것이 철없는 아이일 땐 같이 뛰어놀며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 나이 먹으면 먹을수록 진심이 진심이 아닌 이용이 되고
나를 돌려 까기 해버리는 뒤통수가 되고, 말로 인해 온갖 일을 당하니 사람이 가장 무서운 존재라는 걸 삶의 지식으로 경험으로 느끼고 알아가게 돼
는 서글퍼지는 현실, 그나마 오늘같이 좋은 사람을 마주하고 보면 겁먹고 움츠리지만 말고 진심을 진심으로 믿어주는 이도 아직은 존재함에
감사해진 하루인 것이다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는지 나도 그 동생도 알지 못하지만 보이지 않는 너와 나의 존중에 선만 넘지 않는다면 오래 지속될 언니동생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행복하고 감사하게 염원해 보자
— 나로서 행복한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