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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im Apr 26. 2023

내 강아지

나를 행복하개해주는

나에게는 딸처럼 생각하는 조카딸내미가 있다.

9월이면  열다섯이 되는  조카는 아빠가 미국인이고 엄마는 한국인 혼혈이다. 다른 혼혈에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내 조카는 토종 한국음식을 엄청 좋아한다. 시래기. 김치찌개. 미역국. 시금치 된장국. 감자탕  

미국아이여서 고기를 좋아하는 건 당연한데 요새 한국이 살고 있는 아이들도 안 먹은

음식들을 이 아이는 너무도 사랑하는 게 난 참 신기하다


내 조카엄마는 내 막냇동생, 서른일곱 노산으로 아이를 임신했고 힘겨워 하는 동생을 도와주기 위해

남편을 졸라 열세 시간씩 운전을 하고 동생을 보러 다녔었다. 정확히 말하면 동생도 동생이지만 그 뱃속

아기가 너무 궁금했기에 열심히 동생집을 쫓아다닌 거다

8개월 무렵 배 속에 아기가  딸이라는 걸 의사로부터 전해 들은 동생이 나에게 카톡으로 초음파사진을 보내왔는데

3D라는 기술이 경이로울 정도로 뱃속의 아기는  흑백사진 속 실제 아이모습 같았다


그로부터. 두어 달 후 진통이 시작됐는데 병원 가면  밥을 안 준다며 미역국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는

병원으로 갔고 병원 간 지 세 시간이 흐른 뒤 출산소식이 전해졌다, 난 출산했단 말을  듣자마자 제부를 불렀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동생의 몸상태를 확인한 잠시뒤 간호원이 아기차를  끌며 아기를 데려왔다

세상에 신생아가 그렇게 예쁜 아기는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내 조카는 너무도 이쁜 모습으로 태어났다

엄마의 우성인자와 아빠의 우성인자만을 골고루 받은듯한 모습으로 말이다


아직은 얼굴에 태반의 찌꺼기가 다 닦이지 않은 모습이었으나. 눈매는 초롱초롱하고 피부는 뽀얗고 양쪽볼이 볼그레했던

여자아기,, 그토록 원했던 딸을 동생이 낳은 것이다. 동생에게는 이미 7살 된 아들이 있었기에  딸을 바랐기도 했었지만

부모님을 사랑하는  우리처럼 혹여. 딸이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함으로도 동생은 딸을  기다렸던 거다


아기가 크는 속도만큼 우리가 늙어가는 속도를 느낀다면  너무도 비참해져서 살 수 없을 만큼 아이는

빛의 속도로 커갔다. 8개월쯤이었을까 젖살이 올라 볼이터질 것 같고, 손은 오 통통한 것이

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엽고 이쁜 아이

헌데 조카는 엄마가 안아주는 것도 내가 안아주는 것도 누구든 안아주는 걸 싫어하는 아주 특이한 아기여서

우리가 좀 안아볼라치면  다리를 쭉 뻗고 몸을 일자로 만들어 안기기 싫다며, 자신이 불편하다는

의사를 온몸으로 보여주기에우리는 아이를 많이 안아보지도 못했고.

좀 낮잠 자는 이쁜 얼굴이라도  보려고 낮잠 자는 그 시간

아기방을 문을 살짝 열라치면 눈을 번쩍 떠 문을 열고 있는 우리를  화들 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렇게 이쁘고 사랑스러운 내 조카를 보러 가는 건 나의 삶에 활력소가 되었고 옷을 사러 다니고

아기용품을  보러 다니는  발걸음은 이제 막 출산을 끝낸  첫 아이를 낳은 엄마의 모습 딱 그랬었다

흔들의자. 아기용 소파. 꽃무늬가 있는 핑크식 잠옷 매 계절마다 우체국을

쉼 없이 들락거리며 택배를 보냈고 온라인에 여자아이 용품이 뜨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동생집으로

택배를 보냈다. 그렇게 내 조카는 내가 사주는 옷 장난감 머리핀 신발 등등 내 사랑의 선물로 심하게  앓은 적

없이 무럭무럭 자랐고, 동생은 엄마의 마음으로 자신의 딸을 사랑해 주는 나에게 늘 고맙다는 말을 했고

아이에게도 “이모가 너 엄청 사랑하는 거 알지”그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렇게 울 강아지는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고 올 A를 받을 만큼 공부도 똑소리 나게 잘하며

이제는 한 여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성장통을 겪고 있다. 얼굴에는 여드름이 몽글 피어나기도 하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자신만의 시간을 방에서 보내기도 하고 나에게 화장품 립스틱을 사 달라기도 하는

어엿한 숙녀로서 자라주고 있는데 난 아직도  얼굴에서  갓난아기 때의 그 사랑스럽던 모습을

느낀다. 이모는 자신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사랑을 주는 사람으로 믿고 있는 내 강아지

영어발음이 안 좋은 이모를 위해 한국말도 해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내 강아지

이모는 항상 내편이라는 믿음은 가진 강아지 자존감도 높고 한 번도 때를쓰거나 퉁명스럽게 말할 줄도

모르는. 이모에게 “이모 사랑해요”보고 싶어요 “녹음을 한 테디베어를 선물할 줄 아는 넌

이모의 영원한 강아지야 사랑해요 강아지야.. 이모는 네가 있어 너무도 행복하다


—아기 사진을 올립니다 다운로드하지는 말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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