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꿈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니므로
오랜만에 한국마켓친구로부터 깻잎 모종을 얻었다. 매년 봄의 일상은 앞마당에 잡초를 뽑고 잔디에 시간 맞춰 물을 주는 건
일상이 되어버린지가 오래라. 늘 이맘때쯤은 내 마음과 몸은 봄을 기다리는 분주함으로 바쁜 하루. 그 분주함을 더하기라도 하듯
올해는 깻잎과 고추 해바라기를 심어보았다. 해바라기는 집안에 돈을 불러들이는 행운의 꽃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토속신앙을 믿는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라 알고는 있었고, 그런 이유에서라기보다 어릴 쩍 잘 사는 친구 집 담장 너머로 고개 들고 있는 해바라기를
보던 추억과 더불어. 솔직히 돈이 불러들인다는데 안심을 이유도 없을뿐더러 나무담장에 해바라기가 삐쭉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이라도 할라치면 왠지 마음이 그림 속에 우리 집이 될 것 같아서이다
이 척박한 모레땅에서 얼마나 생존해 줄찌는 모르겠으나 잡초들이 콘크리트 바닥을똟고 나오는 생명력을 내 화초들과 이제 막
우리 집으로 모셔온 씨앗과 야채들에게 기대해 보며 설레는 마음으로 화분에 자갈을 깔고 흙을 덮고 강함을 유지해 주길
견디어주길 열매 맺어주길 기도하며 심어보았다
며칠 전 심은 해바라기는 이제 막 화분에 녹색의 여린 줄기가 흙을 해치고 잎이 나오고 있고 깻잎모종은 아침저녁으로 물과정성을 기울인
내 소망을 먹어서인지 잎이무성 하게 피었다. 보기만 해도. 이 세상 맛있는 미쉐린세프가 탄생될 것 같은
맛깔스러움이 내 집 앞 구석에 자리 잡은 게다
한국에서 40년을 살았던 내게 미국의 먹거리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느끼함과 향신료의 특유함 그리고 신선도 없는 냉동식품의
천국이라 오랜만에 외식을 할라치면 식당을 고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숙제가 되는 거다 즐기려 하는 외식이
나가기 전부터 오늘은 어떤 음식을 먹어야 조금이라도 나에게 행복해하는 얼굴을 기대하는 남편에게 안식을 줄까 라는
고민의 시작이 되는 셈이다.
깻잎과 야채를 집에서 심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마음에서는 벌써 불판에 구워질 삼겹살이 있는 저녁을
상상하게 됐고 갓 따온 오이로 양상추와 양파가 고루 버무려진 싱싱한 샐러드가 곁들여진 스테이크가 있는 저녁밥상을
기대하게 했다. 이게 바로 농부의 마음일까 싶은 뿌듯함과 싱싱하고 농약이 없이 내 손으로 키운 야채가 어우러진 건강과
행복이 조화를 이루어 내는 상차림. 상차림이라고 할 것도 없는 반찬 두어 가지의 저녁일지언정 그 야채들이 주는 행복한
상상은 그 야채들이 마르지 않고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 기대치만큼 자라고 있었다
주말에는 싹을 올리며 올라오는 해바라기를 땅에 옮겨 심어 야한다. 이곳의 지리적 여건이 바닷가 근처인 데다
땅도 모레라 잔디도 매해 영양을 줘야 하고. 눈만 뜨면 자라는 잡초들의 성장속도를 손으로 막아내야 하는 일들이
나를 더 바쁘게 만들겠지만. 그 악조건을 견디고 내 담장에 고개를 내밀어 주기 바라는 간절함을 해바라기와
함께 심어줄 데다. 내가 몇 년 전 심었던 차고옆 장미도 그 작고 여렸던 모습이 이제는 가지를 쳐주는 내게
향기로 보답해 줄 만큼 키가 자랐고. 자신을 보호해 줄 가시도 몸에 여기저기 품고 있을 만큼 잘 자라
우리 차고옆 작은 공간을 매워주었듯이 해바라기도 담장의 허전함을 매우고 나 어릴 적 훔쳐만 보았던
친구집의 담장을 내 집에도 보여주길. 깻잎과 해바라기가 자라며 주는 행복감이 공허한 삶, 갱년기에
허탈 가득한 내 작은 가슴에 기록될 추억을 남겨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