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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im May 05. 2023

삶의 소용돌이

핸드폰으로 토네이도 워닝 경보음이 울리고 창문에서는 번개와 바람이 번갈아가며

비의 걸음을 재촉한다. 창문이 흔들거리는 바람소리에 낮잠 자던 우리 부부는  얼른 몸을 일으켜

밖의 비상 상황을 폰으로 확인했다. 지도에는 빨간색 노란색들이 우리 집 쪽으로 바람의 강함을 표시해 주고

남편은 tv를 켜 초 단위로 실시간방송되는 기자들의 날씨 인터뷰를  촉각을  곤두세우고 듣고 있다


토네이도는. 그 중심도 중심이지만 주변의 모든  건물들을  초토화시키며 삶을 파괴하기에

그 진행방향을 아는 것만으로도 생명을 지켜낼 수 있어서  토네이도 워닝 경고가 폰으로 날아오는 날이면

어느 지역에서 생성됐는지 어디로 방향이 잡힐 것인지 레이더상황실 상황이 초단위로 방송된다


토네이도가 자는 밤시간에 덮친 곳들은 대비는커녕 온도시가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남은 것이 없고

나무도 뿌리채로 뽑혀 그 큰 아름드리나무들이 바닥에 뒹군다. 토네이도 지역을  여행하다 지난 간 적이 있었는데

몇 달 전의 상황임에도 아직 복구커녕 집들에서  나온 쓰레기들이 산을 이루고 그 지역을 지날 때까지 전화기는

와이파이가 제로로 되는 상태가 이어졌었다


자연여신의  힘은 인간이 상상할 범주를 주지 않기에 대략적 방향만 나올 뿐  언제 그녀의 기분이 어느 곳으로 튈지는

끝나봐야 아는 것. 그거 발을 동동 구르고  우리 동네로 오지 말아라 없어져라 빌 뿐 다른 어떤 기계를 쓰더라도

그녀의 화를 삭여줄 방법을 인간들은 찾지 못한 거다. 그냥 도는 대로 당해야 하고 바다로  방향이 잡히며 소멸해 주기를

기다리고 기다리는 자리가 인간들의 한계점인 거다


다행스럽게도 토케이도가 별 다른 위급한 상황은 만들지 않고 바다로 행했고 남편과 난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마주 보며 미소 지었다. 혹여 시댁 쪽에는 아무 피해가 없는지 남편은 폰을 들어 아버님댁으로 전화를 돌렸다

낮은 톤이 써든 액쎈트를  쓰시는 시아버님은 나에게는  늘 뭔가를 고쳐주시려 하고 시댁을 방문할치면 손하나 까딱하지

않게 아침도 만들어주시고 커피도 만들어 주시는 자상한마음의 소유자시다


미국으로 온 생전 처음 보는 동양인인 나에게 우리 시아버님이 쓰시는 써든 사투리는 넘사벽이었다

톤도 워낙 낮으셨고 영어를 알려주는 어떤 사이트에서도 영어에 사투리라는 말이 특히 써든싸투리라는

말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곳이 없기에 아버님이 쓰시는  경상도식 미국사투리 같은 높낮이가 많은 말투는

가뜩이나 서툰 나의 영어에 교감을 만들기란 어려워 보였지만 다 시간이 말해주는 걸까 소통에 힘이 있는 걸까

아버님은 나의 부지런함을 좋아하셨고 아버님역시도 부지런하신 분이어서 우리는 말이 통하지는 않았지만

느낌과 행동이 통하는 사이가 됐고 마음도 알아주는 가족이  되었다


삶이 정해진 룰 안에서 돌아가는 기계프로그램이 아니고 어느 시간에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가능범위가

작고 보니 인간은 문제가 생기기 전에 모든 능력을 동원해 자신을 보호해 줄 무언가를 갖추려고 노력하고

그게 능력이던 돈이건 실력이건 어떤 것이든 간에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보기 위해  고심하며 살고 있지만

이게 사람들 사이에 일이 아니고 자연과의 힘겨루기로 넘어가게 되면 그 한계는 처절하리만치  보잘것없어지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인간이 자연에게 얼마나 나약한 존재이며 자연에게 빼앗아 온 그만큼 자연이 우리에게 돌려주는 건  우리가 지키려는 생명

을 앗아가고. 가지고 있는  재산을 빼앗아갈 만큼 그 힘이 절대적이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내가 될 수도 다른 이가 될 수도 있지만

오늘처럼 밖에 억수같이 비가 내리는 날에 핸드폰에 울리는 토네이도 워닝 문자하나만으로도

지옥과 천국은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는 걸 몸으로 깨닫게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삶이 요동치는 순간에 지금 숨 쉬는 이 시간이 감사함을 느낄 수만 있다면 우리는 죄에서 조금은 멀리 떨어지지 않았을까


내일을 알 수 없는 자연의 섭리 앞이 벌벌 떨고 손톱을 물어뜯고 안절부절 밖에 할수 없다는     잠시를 기억하고 산다면

오늘 나에 이 안절부절이 힘듬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온정으로  다가갈 수 있는 마음이 되지 않을까  

간절함은 누구에게나. 같은 무게일데니말이다.



—————토네이도가 있던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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