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 줘 세월아
햇빛을 보고 바깥에서 일을 하다 보니 얼굴이 자꾸 기미가 앉고 건버섯이 생기려고 얼굴군데군데가
까맛까맛해지는 걸 보니 뭐라도 해야 되지 싶어서 아마존을 열고 구글을 열고 얼굴 마사지에 좋은
화장품을 검색해 본다.
다양한 재료와 유명 회사들이 만든 화장품들이 자신들의 장점을 내세워 소비자들 리뷰까지 올리며
선전한 물건들을 보고 있자니 모든 상품이 다 좋아 보이지만 난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땄기에
일반인들보다는 피부에 어떤 성분이 좋고 어떤 성분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일반 소비자들보다 지식이 있어서
내가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내 피부톤에 맡고 부작용을 덜 만들어 내며 화학용품을 많이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시켰다
내가 피부관리사 이긴 하지만 내 피부는 태어날 때부터 그다지 톤도 별로고 땀구멍은 거짓말 조금 보태 좁쌀만 했다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공부하게 된 계기도 한국에 잠시 방문했을 때 피부관리실에서 받아보았던 고주파와 마사지크림
으로 내 피부 톤도 정리되었고 피부결도 매끄러워지고 그렇게 걱정하던 땀구멍도 눈이 뜨일 만큼 작아지고 없어졌던
경험으로 신세계를 느꼈기에 내가 전문가가 되면 내 피부를 정말 잘 손질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시작된 영어와의 전쟁 와!!!!! 내가 피부과공부를 하는지 뇌박사학위공부를 하는지 책의 수위가 내가
상상했던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무슨 학원에서 피부자격증 시험을 공부하는데 뇌에 작용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지
책의 두께는 그렇다 치더라도 책 내용은 피부과의사가 되는 과정을 공부하는 내용 같았다
진짜 죽어라 눈이 빠져라 컴 앞에서 번역기를 돌리며 손목이 시릴정도로 자판을 두드리며 석 달을 보낸 나는 드디어!!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고 그 감격이야 이루 말할 수 있었을까
뭔가 시작하면 끝을 보는 내 성격을 남편도 알기는 알지만. 책을 펴 들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내용이
본인이 쓰는 영어임에도 발음이 꼬이고 모르는 단어라며 구글번역기를 꺼내 들었고
이걸 당신이 한다고 그런 눈빛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걸 내가 해냈고 내 공부에 남편은 두 손 두 발 다 든 표정을 지어 보이며
축하선물로 튤립 꽃다발을 선물로 사 왔었다
피부관리사 자격증이 있으면 뭐 하나 내가 써야 하는 기계들은 다 억 소리 나는 기계들이고 허접한 기계들은 효과도 없는걸.
하나 그런다고 자꾸 늘어지는 내 주름들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고 화장품의 도움이라도 받아봐야겠다 싶었으나
미국여성들이 쓰는 화장품과 우리가 쓰는 화장품은 절 때적인 인종이라는 차원의 벽 앞에서 미국인들만이 쓰는 화장품이었다
피부에는 지성 건성 중건성 여러 타입이 존재하는데 미국여성들은 건성피부가 대부분이라 그 피부들에 맞는 화장품들이
대 부분이었고 내 가쓰기에는 성분도 많은 제약이 따랐다. 그렇다고 한국 화장품을 쓰자니 가격도 가격이지만
내가 원하는 회사의 화장품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한국에 있는 동생이나 지인들에게 부탁하자니 번거롭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그래서 찾아낸 자구책이 내가 직접 마사지크림을 만드는 거였다
내 피부가 지성인건 알고 있었고 지성피부가 번들거림이 심하다는 것도 알고 있어서 피부막에 수분을 채워주고 번들거림을
피부가 가지고 있는 콜라겐이나 레티놀의 생성을 촉진시키게 만드는 방법을 열심히 찾았다
여러 가지 민간방법을 찾아 공책에 필기하고 때로는 사진으로도 남겨 혹시 공책을 잃어버렸을 때를 대비해 놓기도 했다
꿀 레몬 오이 팥 우유 달걀 등으로 며칠간격으로 얼굴에 마사지 크림을 발라줬고 얼굴을 헹굴 때에는 식초 한 방울을 물에 희석시켜
알칼리로 만들어 마무리까지 나에게 있는 시간을 이용해 투자하였다
그렇기 하기를 몇 년 이제는 피부톤도 결도 땀구멍도 여느 내 또래의 다른 아줌마들보다 피부가 좋다는 말은 많이 듣지만
적은 다른 적을 부르는가 나이 탓으로 오는 적 앞에는 나의 노력도 힘이 없었다
아무리 얼굴을 꽁꽁 싸매고 햇빛을 차단시켜도 그 강렬함 앞에 나는 그저 인간일 뿐
거울 앞에 얼굴을 들여다보니 이제는. 건버섯과 나이로 인한 주름이 이미지를 망가뜨리고 있는데
난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는 여자이고 보니 나이주름과 건버섯이 나의 중년을 망가뜨리게 할 수는 없다
그냥 또 다른 나의 도전만이 있을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