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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im May 02. 2023

고마움에  기억

갚지 못한  추억의 빚


학창 시절 평범한 중학생이었던 난  낙서를 좋아했었고 카세트 테이프에  흘러나오는

김범룡의 바람바람바람이라는 노래를  유독 좋아했었다

육상을 하던 난 새벽에 아침공기를 먹고 있는 도로를 걷는 걸 즐겼고 학교옆 절에서 스님의

비질소리가 왜 청아하게 들렸는지  그 비질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에 깨끗함이 전혀 지는 것 같은

착각도 하게 되는  감성 꽉 찬 소녀였다


운동을 마치고 비탈진 학교를 걸어  나오던  어느 날 친구가 새로 생긴 햄버거분식집이

있다며 가자고 손을 이끌었다. 주머니사정이 넉넉지 않은 나를 아는 친구는 “

“내가 사줄게 그냥 가”가며 망설이는 나를 팔짱을 끼고 몰고 갔고 못 이기는 척했지만

새로운 분식집에 차려질 햄버거가  살짝 기대되기도 했다


그렇게 분식집 문을 열고 들어서자 테이블이 3개 정도 아치형 좁은 창문으로 얼굴을 내민 얼굴에

기미가 내려앉은 머리를 틀어 올린 아주머니가 고개를 내밀더니

“어서 와 ”머 먹을 거야 “이러면서 웃음을 주셨다

벽에 손글씨로 쓴듯한 받침 빠진 “떡뽀끼 오댕 헴버거.  글씨가 눈에 들어왔고 우리는 그 글씨를 보고

낄낄거리며

“아줌마 이거 글씨 틀렸어요 ”

라고 말을 했고

아줌마는 주방 쪽에서 우리를 향해 몸빼바지를 펄럭거리며 뚜벅뚜벅 걸어오시더니

“그래?? 그래도 무슨 말인지는 알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주문을 받아 가셨다

우리도 햄버거와 떡볶이. 오뎅 (어묵)라면등을 시키고 어떤 맛일까 이야기하며

운동부실에서 담배를 피웠던 한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담배를 피우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 친구는 소위 날라리들이 무서워하는 덩치에

주먹도  한 대 맞으면 나가떨어질 것 같은  퉁퉁한 주먹을 가지고 있었고 투포환선수였다


우리에게도 그 친구는 약간은 위협적인 친구여서 그 친구가 어디에 사는지 부모님은 무얼 하는지

물어볼 수도 없을 만큼 두려웠던 거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언제쯤 누가 그 친구에서 말을 붙일 것인지

늘 의논을 했었고 다음날이되면  누구도 그 친구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그만큼 그 친구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날라리들도 무서워하는 그 친구에게 말을 시킨다는 건  호랑이목에 방울달기여서 그냥 눈치만 서로 볼 뿐이었다


아주머니가 우리가 주문한 음식을 커다란 쟁반에 들고 나오셨고 음식을 놓고 가는 그 끝에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게 아닌가. 아마도 내 친구가 나에게 했던 말을 들으신거같았다

친구는 분식점 안에서 나에게 “오늘은 내가 살 거니까 “

다음에는 네가 꼭 사!! 엄마 한데 용돈 좀 달라고 해 우리 운동하는데잘먹어야지 “

라며 했던 말을 말이다 내 친구는 보기에도 얼굴이 윤기가 흐르고 잘 다려진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난 푸석한 얼굴에 교복도 다려지지 않은 그냥 그런 차림이었어서 딱 보기에도 나라는 걸 아줌마는 눈치채셨을 거 같다


음식을 먹고 있는 중간쯤 아주머니는 의자를 우리 쪽으로 끌어와 앉으시더니 나를 보시며

“무슨 운동해”라고 물으셨고 친구가 “육상 해요 우리”라고 대답을 했고

“잘 먹어야겠네”라고 하시며 “얘 너는 집안형편이 어렵니”라는 뜻밖에 질문을 나에게 툭 던지셨다

친구는 당황한 듯이  나를. 쳐다보았고 난 이 물음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나 갈팡질팡 하고 있을 때

아주머니는 “우리 집에 와서 가끔 일 좀 도와줄래?? 용돈도 벌고 햄버거도 공짜로 먹고”라며 내 얼굴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 어떤 답이 나오길 기대하셨을까?? 당황하고 황당한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있는 내게

친구는 “야!!! 괜찮다 너 해라 용돈도 벌고 햄버거도 맘껏 먹을 수 있잖아?? 라며 동그란 눈으로 대답 빨리해

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알바생활은 3년을 계속하게 되었고 3년을 하는 동안 아주머니가 아이를 낳지 못하신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엄마또래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으며 마음이 따뜻하고 정이 많으신 분이며 나를 수양딸처럼 아껴주신다는

것도  같이 지내는 동안 알게 되었다. 등록금을 날짜 맞추어 못 내는 내 고민을 아셨고 그때에 맞추어

 사춘기에 마음이 다치지 않을까 염려하셔서 용돈이라며 건네시는 돈을 난 내 딱한 처지로 거절할 수도 없었기에

받아야만 했었고 아주머니가 주시는 용돈은 나중에 언젠가는 꼭 갚아야 할 마음에 빚으로자리 잡았다


어려운 환경에 운동을 한다는 건 사치라는 걸 알아버린 어느 날 난 운동을 그만두었고 마음에 방향키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나에게 아주머니는 아이스크림도 사다주시고 위로의 말도 건네주시며  부모님에게는 느낄 수 없었던 마음의

호의를 받아 보았다 나에 말을 잘 들어주셨고 나의 어려움을 마음으로 이해해 주셨고 나의 마음에 힘듦을 자신의 자식처럼

보듬어 주셨던 아주머니 그렇게 중학교졸업을 하던 날 꽃다발을 가슴 한가득 안고 교정을 걸어오시던 아주머니

나에게 이유 없는 고맙다는 말을 하시며 꽃을 건네주셨고 엄마와 아주머니는 인사를 했다

“따님 때문에 내가 많이 행복했어요 “라며 엄마의 손을 잡아주셨고 엄마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무슨 일인지 묻는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셨으나 난 순간 엄마가 내가 아르바이트를 할걸 눈치 챌까 봐

친한 분식집  아줌마라며 말을 했고 아주머니도 그런 내 말을 눈치채셨는지 더 이상엄마에게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고등학교 생활이 시작되고 난 서서히 아주머니의 기억을 잊어가고 있을때쯤 친구로부터  그분식 집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여상을 다니던 난 직업 교육생 과정을 하고 있어서 주말에야 시간이 날 것 같다는 말을 했고 우리는 악속을

잡았다 분식집에 들어선 순간 첨 보는 아줌마가 인사를 했다

“주인아줌마는요”물으니

“내가 주인인데?? 누구.? 전주인? 이라며 말을 했고

친구와 난 얼굴을 마주쳐다보고 다시 아주머니에게 “

“주인 바뀌었어요?? 언제요?? 묻자 ” 석 달 전에 “

나에게  처음으로 인간미를 느끼게 해 주셨고 나를 온전히 나로 보아주셨던 아주머니의  교통사고소식을

듣게 되었고 사고 나셨고 즉사하셨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식에 쏟아지는 눈물을 어쩔 수 없었다 소리를 내지 않고 울 수가 없었다

저절로 엉엉 소리 내며 서럽게 우는 나를 친구는 보듬어주었고 아주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햄버거와는 영영 이별이구나

고1. 2학기 세상에 태어나  가까운 사람의 부고소식을 처음 접한 나는 아주머니의 사고소식으로 며칠은

몸에 열이 나게 심한 몸살을 앓았다.나를 온전히 응원해주던 사람이었기에…


살면서 나라는 사람을 그냥 나로 써 봐주고 알 수 없는 사랑을  주었던 그분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어느 누구에게

다시느껴 볼 수 있었을까. 내 평생 또 그런 사람이 내 곁에 한 사람이라도 찾아와 준다면 이제는 나도 주저 없이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이 글을 쓰며 다시 한번 하늘에  계신 그분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잊지 않고 있습니다 라는 말과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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