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는구나
어디로 가야 할지 어느 방향으로 서야 할지
숨 쉬는 시간도 정처 없었던 십 대
그 순간에도 삶은 내게 애착을 심어주었다
어디로 가는 게 옳은지 어디서 멈춰야 할지
내 길을 어디로 이어져있는지 모르는
이십 대에 열정 가득할 때에도
삶은 내게 강한 욕망을 심어주었다
가도 가도 끝없을 것 같은 삼십 대의 인생의 치열함의
죽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삶은 내게 살아보자고 안간힘을 쓰게 했다
버릴 건 버리고 갖출 건 갖출 줄 알게 된 사십 대에는
베푸는 자의 마음 온화 한자의 고뇌를 그 안에서
삶은 내게 잘 견디고 있노라 말했다
평온과 두려움이 함께하는 오십 대에는
한 번씩 깊게 숨을 쉬고 나를 바라보는 안도를
삶은 그런 시간에도 끊임없이 달리라 말했다
육 십 대를 바라보는 내 모습은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 미래의 나를
한 공간에 두고 있는 지금도
삶은 나에게 잘해나갈 거라며
어루만져주는 용기를 넣어주고 있다
칩십대의 나는 책을 읽으며 흔들의자에 앉아
여유 있게 거울을 바라볼 용기가 있는 나라고
삶이 나에게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