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영희 Aug 10. 2021

또 다른 나

물에 빠진 핸드폰

  나는 고기 잡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여름에 산에 가면 계곡의  맑은 물에서 헤엄치는 고기를 고  싶은 충동에 산에 오르는 것도 잊은 채 일행들과 헤어져 계곡에서 작은 고기를 잡곤 한다.

  딱히 고기 잡는 도구도 없고 양파망과 말린 오징어만 있으면 된다. 양파망에 말린 오징어를 넣고 윗부분을 손으로

펼치고 있으면, 한참 후에 양파망으로 작은 고기들이 들어온다. 그러면 빠른 속도로 양파망 윗부분을  움켜쥐면 성공이다.

  이렇게 고기를 대 여섯  마리 잡았는데 맑은 물속에 하얗

네모 반듯한 돌이 보였다.

  아! 에뻐. 손으로 잡고 보니 휴대전화였다. 고개 숙여 고기를 잡느라고 조끼에서 전화기가 빠진 줄도 몰랐다.

  나는 급히 손수건으로 닦아 햇빛에 말리면서 손상되지 않기만을 마음속으로 빌었다.

  핸드폰을 켜보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음이 서늘해지면서 계곡물소리가 나를 후려치는 듯했다.

  메시지, 좋은 글, 추억의 사진들 그 무엇 하나 소중치 않은 게 없었다.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허탈함이 눈물처럼 뚝뚝 떨어진다.

  나는 잡았던 고기를 놓아주면서

  ' 고기야. 내 전화기 예전처럼 돌려줘.'

  들었는지 고기는 더 힘차게 헤엄쳐갔다.

  전화가 되지 않아 일행과 연락이 끊긴 나는 왔던 길로

이 빠져 걸어갔다.

  그런데 가도 가도 내가 왔던 길이 아니었다. 산길은 내려가는 길도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산길을 잘 알지 못하는 나는 막연하게 주차장 쪽으로 내려가면 만나겠지 하고는 사람들과 휩싸여 내려갔다.

  주차장이 나오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내가 타고 왔던 차를 찾기 시작했다. 30분을 넘게 찾았는데도 차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안내소를 찾아 물어보니 산을 돌아가면서 주차장만

5군데가 있다고 했다. 왈칵 겁이 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전화번호를 외우는 사람 하나 없으니 나 자신의 한심함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차에서 내릴 때 차번호를 눈여겨봐서인지 차번호가 가까스로 생각이나 안내소로 가서 협조를 구했다.

  딱한 내 사정을 안 직원이 여기저기 알아보더니 회사명과 기사 전화번호까지 알려 주었다. 안내소 전화기로 전화가 되고 나서야 나는 일행이 있는 곳을 갈 수 있었다.

  나 때문에 출발시간이 삼십 분이나 지연되었는데도 기사님과 친구들이 마음고생 많았다면서 나를 다독였다.

친구들을 보고 나서는 미안함과 안도감으로 흐르는 눈물은 어리석은 눈물이었다.

  예전에는 수첩을 갖고 다니면서 기록하고 외우고 고랬는데 수많은 기능을 가진 핸드폰이 생기면서 모든 것을 의지하고, 핸드폰이 나의 머리가 되어 버렸으니

핸드폰이 없으면 나의 머리가 없어 진거나 다름이 없었다.

  이젠 수첩에 친구, 지인의 전화, 중요한 것을 메모해서 이것을 핸드폰처럼 언제나 지니고 다녀야겠다.

 핸드폰을 쓸 수 없게 되고서야 핸드폰의 중요성과  또 내가

 핸드폰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가를 되찾을 수가 있었다.

  많은 것이 기계화되어 편안함에 길들여진 나의 모습을 보면서 굳어진 나의 머릿속에 또 다른 내가 자리 잡고 있는 듯해 씁쓸함이 엄습해온다.


작가의 이전글 수세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