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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Aug 08. 2021

배달사고

아르바이트생

  모임에 나가면서 과일가게에 들러 귤 한 상자를 집으로 배달시키고 모임 장소로 갔다. 친구들의 수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올 수 있었다.

  집에  와보니 아들이 체리를 먹고 있었다. 어디서 났느냐고 물어보자 엄마가 사놓은 것 먹었는데 먹으면 안 되냐고 되묻는다. 나는 부엌 쪽에 커다란 상자가 있어서 열어 보았다.

  거기에는 잘 알지도 못하는 열대 과일이 6가지나 예쁘게 포장되어 있었다.

체리. 망고. 아보카도. 리치  등등~~~

  과일가게의 배달사고였다. 너무 늦어서 지금은 갈 수 없고 내일 가기로 하고 잠을 청했다.

  이튿날 9시가 되자 집에 누가 찾아왔다. 문을 열어보니 청년이 귤 한 상자를 내려놓으며 어제 배달을 잘못했다며 과일 상자를 달라고 했다. 나는 식구들이 나 없는 사이에 반이나 먹었다고 말하자 청년은 난처한 표정으로 저는 아르바이트생인데 손해는 자기가 감소해야 할 몫이라고 힘없이 말한다.

  내가 가격을 물어보자 그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쌌다.

나는 청년에게 과일값은 내가 직접 가게에 가서 주겠노라고 말하고 돌려보냈다.

  과일가게에 도착한 나는 사장님에게 우리가 먹고 싶어서

먹은 것도 아닌데 원금만 받으시라고 말했다. 그러자 사장님이 흔쾌히 승낙해주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청년이 부모 없이 할머니와 함께 사는데 어제는 할머니가 쓰러지는 바람에 안 하던 실수를 다 했다고 말한다.

  가슴에 밀려오는 먹먹함이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서늘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했다.

  깎아 준 돈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사는데 밴댕이 짓을 다했다는 생각에 다시 과일가게에 들러 깎아 준 돈 돌려주면서

  '' 누가 주었다고 말하지 말고 사장님이 주는 것처럼 청년에게 주세요.''

  과일가게를 나온 내 발걸음은 가볍고 가슴은 복숭아처럼 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며칠 뒤 현관문 앞에 수박과 쪽지가 있었다.

  ''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과일가게 아르바이트하는  청년이었다.

  나는 벌써  그 일을 잊었는데, 불끈 한 덩어리의 불꽃이 달라붙었다. 따스한 가슴에 수박을 안고 들어오면서 기도 했다.

  수박처럼 그 청년이 하는 일마다 둥글둥글 잘 되기를 ~~~

  수박이 모든 일이 잘 될 거라고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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