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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Oct 27. 2021

토막의 힘

죽어서도 죽지 않은




소의 울음이 가마솥에 가득하다

왕성한 앞다리의 계보가

물속에서 끓고 있다


코 투레를 버티고

말뚝을 버티고

쟁기질을 버티고

도살장에 끌려갈 때까지

버티고 버틴 힘이 앞다리에 들어 있다


찢긴 마음과 멍든 몸을 펴느라고

제 속을 헤집으며

몇  번씩 뼈를 담금질하는

이 질긴 토막들


깊숙이 보관된 근육들이

시간을 바꾸어

힘이 되어 돌아올 수 있도록

몸속에 고인 진액

뽀얗게 우러날 때까지

불을 끄지 않는다


죽어서도 죽지 않는

토막의 힘

초원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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