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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Oct 29. 2021

말이 씨가 되다

나의 문학관

 



 시댁이 강원도라서 집에서 시댁까지는 3시간 정도  걸렸다.

국도로 가다 보면 풍광이 아름답고 쉬어 가고 싶은 곳이 많았다.  어쩌다 한적하고 잘 꾸며진 음식점들이 문을 닫은 대가 있으면, 그것을 보는 순간  난 남편에게

  " 저 음식점 리모델링해서  문학관 만들면 좋겠다."

  남편은 그럴 때마다 비웃었다.

  " 유명한 시인도 아니고, 알아주는 수필가도 아니고, 문학관 만들면 누가 와서 봐 준데."

  남편의 말은 나를 공중으로 떠미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곧장 회오리바람이 되어 내 가슴을 후려쳤다.

  난 남편의 말에 물음표를 달면서

   " 누가 와서 봐 줘야 문학관을 만든데 내가 좋아 글도 쓰는 것이고, 내가 좋으면 문학관도 만드는 것이지."

  나는 남편의 빈정대는 말에 열을 내며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나의 문학관이 생기기를 소원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작은 집 하나가 생겼다.

남편이 시골에  땅을 샀는데 그 땅 한쪽 귀퉁이에 아담하고 작은 집이 있었다.

  사실 나는 잘하지도 못하면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글 쓰기를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또 수집하기를 좋아한다. 이러한 나의 모든 것들이 어수선하게 집의 물건들과 뒤섞여 있을 때마다 나의 물건들이 투정을 부리는 듯했다. 내 문학관이 생기면 나에 관한  모든 것을 그곳에 같다 놓아야지, 맘을 먹었는데 이렇게 나의 보금자리가 생기고 보니

  누군가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실감 났다.

  말이 씨가 되어 속도를  내고 원초적인 뿌리를 깊숙이  싹을 틔우리라.

  내 생각은 이럴진대  남편의 생각은 집을 허물려고 했다.

지은 지 7년밖에 안된 이 집을 허물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나는 남편을 향해 집을 허물면

벌 받을 거라고 여러 번 이야기를 했다.

  집도 생명이 있는데 허물어 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집을 허물면 당신은 집 하나를 죽이는 거야."

  말을 못 하지만 집도 생명이  있는 거라고 말하며

묵시적으로 죄짓지 말라고  박을 가했다.

  남편도 더는 어찌하지 못하고 나의 생각에 동참하면서 처음부터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그냥 와서 조용히 글을 쓰는 곳으로 사용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리모델링이 시작되었다. 남편의 말대로 별로 유명하지도 그렇다고 특별하지도 못하면서 작은 나의 쉼터가 생겼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이젠 성찰관찰과  사색이 반복적으로 내 안에 들어와   

축척이 되면서 글을 토해 내리라 생각하니 설렘이 엄습해 왔다.

  이곳에서 내 삶의 유일한 시간이 발효되어 소중한 언어들이

 춤을 추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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