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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Nov 02. 2021

꽃 원피스

꽃이 꽃인 줄 모른 채




치맛자락 언덕길에 휘날리고

분 향기 내세우며 나들이 가신다


아버지가 사 준 거라고는

오일장에서 사준 꽃 원피스 하나

색도 바랬는데

엄마는 한 벌뿐인 그 옷을 애지중지 아끼셨다

늘 입고 나면 빨아서 벽에 걸어두었다



하루는 구겨지지도 않는 나일론 옷을

왜 걸어 두냐고 묻자

꽃잎이 접힐까 봐 그래

젊어서 혼자된 멍울진 한

가진 것 없고 무서운 것도 없는 엄마지만

가끔은 텅 빈 방에서 꽃잎이 흐느끼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피와 살로 살찌우던 우리는

그녀의 마음 하나 헤아리지 못했다

세월이 가면 청상의 슬픔도 잦아들 줄 알았는데

그리움을 꽃잎 속에 접어두고

치매 환자가 되어 꽃이 꽃인 줄 모른 채



시간 밖으로 나앉는  엄마

초침도 멈춘 방에

꽃 원피스만

벽을 덩그러니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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