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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Oct 22. 2021

한밤중의 편지

테스 형 동생 나훈아에게




새벽 2시경에 잠에서 깼다.

다시금 몸을 편히 눕히고 잠을 청했지만. 창문 틈 이로 잠은 빠져나가고 철 지난 기억들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눅눅한 마음을 달빛에 말려 보았으나 이루지 못한 숙제로 혼란한 감정이 온몸의 신경을 타고 흐른다.

  나는 나를 달래야 했다. 귓속에 이어폰을 꽂고 성악과 트롯을 번갈아가며 듣던 중에 몸속까지 파고들어 오는 것은 나훈아의 테스 형 노래였다.

  중독성 있는 노래도 노래였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삶의 철학이 묻어 나왔다.  나는 펜을 들어 그에게 노래에 대한 답장을 했다.

  그의 노래는 대강 이러했다.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 형 소크라테스 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 형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이 피었다

  들국화도 수줍어 샛노랗게 웃는다

  그저 피는 꽃들이 예쁘기는 하여도

  자주 오지 못하는 날 꾸짖는 것만 같다

  아! 테스 형

  아프다 세상이 눈물 많은 나에게

  아! 테스 형

  소크라테스 형 세월은 또 왜 저래

  먼저 가는 저세상 어떤가요 테스 형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가요 테스 형

  아! 테스 형 아! 테스 형

  아! 테스 형 아! 테스 형


  동생 나훈아에게


  그 넓은 가슴에 묻은 게 너무 많아

  피를 토하듯 가슴을 열었네

  산천이 푸를진대

  어이 계절은 빨갛게만 물들어

  오늘을 부여잡고 통곡하는가

  동생아 동생아 소크라테스 동생아

  이제껏 살아온 세월이 백지 되었다 하여도

  그래도 형처럼 삶에 밑줄은 그었잖니

  노래에 영혼의 지문까지 남겨놓고

  허공의 한 구석에 머리카락 휘날리며

  애달픔을 노래하는가

  동생아 동생아 소크라테스 동생아

  아픔을 웃음에 묻어도 그 웃음마저 사랑한다

  운명이 흘리고 간

  너의 시간 속에 백화 되어

  모두에게 가슴꽃 지폈잖니

  나에게 올 때는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꽃

  무궁화 꽃 한 움큼 가져오렴

  마음을 데울 수 있게

  가슴을 데울 수 있게

  

  답장을 써 놓고 나니 마음은 한결 가볍고 노래 속에 내가 다른 색이 되어 퐁당 빠진 기분이었다.

  밤새 웅크렸던 검은 하늘도 맑은 도화지로 눈앞에 펼쳐지고

산속에 숨어 있는 작은 햇살이 움트면서 나의 몸은  따스한 온기로 채워지고 있었다.

  각자가 가진 마음의 창이 다르겠지만. 또 다른 그림을 그린 것에 대하여 어딘가로 달려가는 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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