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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Oct 21. 2021

도마 소리 2

어머니의 등




창문 틈 사이로 햇살이 고개를 내밀면

또각또각 도마 소리는

베갯속으로 스며들었다



뭉개지는 빛들로

목이 메어 갈증을 느낄  때

잠에서 깨고

그늘을 걷어낸 햇살에

발가락이 꼼지락거렸다



느낌표 없는 삶들이 꿈틀거릴 때마다

입술로 빠져나간 헛된 질문에

슬픔이 고여왔다



늘 가지런하게

늘 반듯하게

후미진 길을 밝히는 어머니의 손

도매 위에 움푹 파인  자리는

자식을 위한 고해성사의 눈물이었다



봄이 도착되지 않은 어느 밤

공에 작은 매듭 하나 남기지 않고

공중으로 사라진 도마 소리

통증은 오래가시지 않았다 



이제는 뒷이야기를 기록할 여백이 없고

부엌 후미진 곳에 서 있는 도마

몇 겹의 고요가 깔려있고

깨진 창으로 들어온 달빛 한 줌



다시 보니

휘어진

어머니의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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