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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Oct 15. 2021

도토리

형체가 바뀌는 것을



매미의 울음소리가

다 지워진 가을

빛이 나는 머리는

여자의 손길이 묻어 있었지



며칠을 뒤척인 몸은

엉켜진 물기는 다 사라지고

몸에서는 달그락 소리가 났지

커다란 몸뚱이가 약이었을까

옷이 벗겨지고

쇠 덩어리의 맞물림에

형체도 없는 가루가 되어

검은 물을 내뿜으며

아픔을 삭였지



침묵하는 시간 속에

뽀얀 얼굴을 내밀자

불 위에 달구어진 몸의 분신들

소리 없는 울음에

예전의 모습은 사라지고

몸에서는 맥박이 뛰고 있었지



칼집이 들어간 자리는

서럽고 아팠지만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간 순간

혀의 감촉에 눈을 감고 말았지



옷이 벗겨지는 것이

온도에 따라 형체가 바뀌는 것이

마음과 마음을 껴안는다는 것을

모자를 벗은 후에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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