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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Oct 13. 2021

내부 수리 중

퇴행성 관절



  일주일 넘도록 왼쪽 무릎이 아파왔다. 다리가 튼튼한

탓에 이러다 말겠지 생각했는데 열흘이 넘도록 차도가 없어서 병원을 찾았다.  병원 원장님이 하는 말 퇴행성 관절이 시작되고 있다고 했다.

  " 제가요."

  아직은 그럴 나이가 아닌데 누가 무릎이라도 꺾어 놓은 양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원장님을 쳐다보자

  " 사십 대에도 퇴행성 관절이 있는 분들이 종종 있답니다. 

 나이에 맞추어 온 병이니 지금부터 잘 치료하면 됩니다."

  그는  내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사람 중에 한 명으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으나 나의 충격은 온몸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그리고는 나한테 주어진 숙제는 5킬로의

체중 감량과 굽이 높은 신은 신지 말라고 당부하신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물을 빼고 주사 맞은 다리는

보행이 좀 어려웠다. 절뚝거리면서 걷는 나의 모습 속에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고, 이제는 하나씩 내부 수리를 해야 하는 시기구나 생각하니 서글픔이 밀려왔다.

  그리곤 한편으론 이제껏 아낌없어 내가 가는 곳을 동행 해준 다리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많은 시간 속에 불평한 번

하지 않고 묵묵히 같이 해준  다리가 아프고 나서야 다리의 소중함이 피부에 와닿는다.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다리를 붙잡고 소통하고 빨리 나아주기를 기도하고 따스한 손으로 온기를 불어넣는 내 모습을 보면서 다리와 은밀한 결탁을 하는 듯싶었다.

  년을 놓고 보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언젠가는 모두가 한 곳을 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에 문득문득 서글퍼진다.

  그 길로 가는 날까지 아프지 않기를 소원했건만, 나의  생각은 생각으로 그쳤고 지금부터 내 몸의 어느 귀퉁이부터 리모델링이 시작되는 나이라는 것을 알았다.

  의사 선생님이 한 말이 생각나 신발장에서 굽 높은 신발을 하나씩

내어 놓았다. 내놓고 보니 나의 삼십 대. 사십 대. 오십 대의 젊음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굽 높은 구두는 나의 젊음을 송두리째 검은 비닐봉지에

쑤셔 넣고 분리수거함에 팽개쳐졌다.

  내가 거절할 수 없는 게 나이이고.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게 나이인데 나이라는 이름으로 새겨지는 게 아픔이라면 지금부터 시간을 되돌리는 운동을 하자는 생각에 필라테스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사전에 늙은이라는 소리는 듣지 말자. 고리타분한 단어는 삭제하고 나이가 들어도 나는 결코 노인이 되지 않으리라 반복되는 계절 속에서 늘 새롭게 피어나는 꽃처럼 유연하고 마르지 않는 변화를 주리라  정의를 내리며 또다시 내가 나를 다독이니 햇빛이 다가와 내 무릎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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