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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Oct 12. 2021

교차로에서

아들의 죽음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초가을

여섯 살 남자아이가 신호등을 무시한 채

건너편의 엄마를 보고 뛰쳐나갔다


달려오던 차에 남자아이는 튕겨져 나갔고

아스팔트 위에 맨드라미 핏빛은

빗물에 흘려 저녁을 흔들고 있었다


축 늘어진 빈 목숨 

엄마의 통곡 소리는 도로를 메웠고

달려오던 차들의 클랙슨 소리는

장송곡이 되어 끓어올랐다


교차로가 무덤이 된

아들의 마지막 말

" 엄마 "

물기 없는 몸이 하늘을 향해 손을 휘젓지만

촉촉한 빗물은 바늘이 되어

가슴에 꽂히고


살아있어도 살아갈 수 없는 통증에

통은 흐릿해진다

금이 간 하루를 수선해 보지만

미세한 공기마저 허공에서 떨고 있다


버둥거릴수록 투명한 울음소리가

몸을 쪼개고

멍든 가슴은 굳어지고 있다


어둠 한 줄기  

허리 굽혀 서 있고

네온사인 불빛이

여기저기서 조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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