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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May 30. 2022

도자기

서운한 마음

 



 우리 집에는 도자기가 진열장에 가득하다. 어느 날 청소를 마치고  내가 없으면 이 도자기들이 어디로 가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자기를 좋아하는 나는 도자기 축제나 도자기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사곤 했다.  때때로 건망증으로 잊는 일이 많아서 낭패 볼 때가 많은데 도자기만큼은  마치 아이를 한 명씩 입양이라도 한 것처럼

지금도 어느 곳에서 어떻게 샀는지 기억이 뚜렷하게 남아있다.

  나는 딸아이와 아들 녀석을 불러서 엄마가 없으면 둘이 똑같이 나누어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 녀석은  단호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다 누나 주란다. 그런데 딸아이는 말이 없다. 말이 없다는 것은

딸도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상처받을까 봐 입을 다물고 있는 거였다.

  나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이들에게는 중요치 않았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서운함은 사방으로 흩어지고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 지금껏 같이해서 복했잖니, 내가 나를 다독였다.

그러면서 도자기를 보니 하나하나 구입할 때마다 가을 햇살처럼 가슴이 따뜻했던 일이 생각났다.

  "같이 살자.  우리 식구 되어줘서 고마워.""

  애정을 쏟으며 30년 동안 모은 건 데 속상함과 씁쓸함이 또다시 파도처럼 밀려왔다. 딸아이에게

  ""너도 마음에 안 들면 지금부터 하나씩 임자 찾아 줘야지.""

  ""엄마 주드래도 좀 더 있다가 주세요. 아직은  엄마가 젊은데 벌써 왜 그러세요.""

  나의 속상함을 알았는지 위로라고 하는 말이었다.

  ""아니, 그냥 지금부터 누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줄 거야.""

  말은 했지만, 울컥 치미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지금부터 주변을 둘러보고 나와 같이 도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그것도 아님 SNS에 올려 주인을 찾아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며칠  후 조카에게 전화가 왔다. 도자기 분양을 어떻게 알았는지

  ''저. 도자기 엄청 좋아해요. 저 다 주세요.''

  큰집으로 이사하면 제가 다 가져갈 거라고 말한다.

  이끼처럼 차오르는 벅찬 가슴으로 시린 마음이 지워지고 있었다.

  그래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것이 나에게는 엄청 크게 다가오듯이 사람마다 좋아하는 특성과 색깔이 있으니 내 생각의 잣대로 키 높이를 재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생각의 차이일까? 아이들 에게도 서운함이 사라지고 깨달음 한 사발이 나의 가슴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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