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잠식당했다
냄새도 없고
형체도 없고
병원체에 세상은 소란하다
갇힌 시간에 타협하며
낮과 밤 사이에
문득문득 빠져드는 우울은
바닥으로 내려앉은 지 오래되었다
건조한 삶을 도려내는
일탈을 꿈꾸어 보지만
창밖을 통과하지 못하고
봄볕에 몸을 말리고 있다
언뜻언뜻 비치는
채굴되지 않은 날
마침표 없는 내일이
나를 붙들고 있다
코로나 양성의 판정을 받고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좀 아프다 말겠지 생각은
나의 오판이었다.
하루가 지나자
무기력한 무게가 온몸을 짓눌렀고
무엇하나 먹고 싶은 게 없었다.
뼈 마디마디가 풀려 나가는 듯해서
응급실을 찾았지만
내 몸 뉘 일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갑자기 소멸이라는 단어가
내 주위를 맴돌았고
혼자 방안에 격리된 나는
하나의 물체나 다름없었다.
간간히 창문 밖을 내다보면
햇빛만이 나를 반겨 주었다.
보이지 않는 끝에 서면
더 잘 보이는 것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었고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지켜 줄 것들이 너무 많아
나는 나를 지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