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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May 23. 2022

마침표 없는 내일

코로나



지구가  잠식당했다

냄새도 없고

형체도 없고

병원체에 세상은 소란하다


갇힌 시간에  타협하며

낮과 밤 사이에

문득문득 빠져드는 우울은

바닥으로 내려앉은 지  오래되었다


건조한 삶을 도려내는

일탈을 꿈꾸어 보지만

창밖을 통과하지 못하고

봄볕에 몸을 말리고 있다


언뜻언뜻 비치는

채굴되지 않은  날

마침표 없는 내일이

나를 붙들고 있다



코로나  양성의 판정을 받고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좀 아프다 말겠지 생각은

나의 오판이었다.

하루가 지나자

무기력한 무게가 온몸을 짓눌렀고

무엇하나 먹고 싶은 게 없었다.

뼈 마디마디가 풀려  나가는 듯해서

응급실을 찾았지만

내 몸 뉘 일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갑자기 소멸이라는 단어가

내 주위를 맴돌았고

혼자 방안에 격리된 나는

하나의 물체나 다름없었다.

간간히 창문 밖을 내다보면

햇빛만이 나를 반겨 주었다.

보이지 않는 끝에 서면

더 잘 보이는 것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었고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지켜 줄 것들이 너무 많아

나는 나를 지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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