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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Nov 08. 2021

귀 뚫어도 될까요

고지식한 남편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딸아이가  귀를 뚫고 싶다고 했다.

남편은  신체발부 수지부모라고  하며

  " 어디서  몸에 구멍을 내야며 귀 뚫으면 집에서 쫓겨날 줄 알아."

  몇 번을 말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누구에게 해를 입히는 것도 아니고 자기 귀에 구멍 뚫는 것 초등학생들도 한다며 한 해만 지나면 성인도 되고 하니 딸이 하고픈대로 할 수 있도록 해주자고 이야기를 했건만, 돌아오는 것은  엄마로서 그게 할 말이냐며 나를 나무란다.

  한편으론 어이없고 한편으론 지금이 어떤 시대 인대 저토록 꽉 막힌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 한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남편의 조부께서 서당에서 유교를 가르쳤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남편의 뼛속까지 유교사상으로 물들어 있는지는 몰랐다.  

  나는 시무룩해 있는 딸아이에게 돈을 주며

  " 그냥 뚫고 와 그리고 긴 머리로 귀를 감추면 되잖니."

  딸아이는 환한 얼굴로 밖으로 나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딸아이가 귀를 뚫고 왔다. 귀에는 작은 귀걸이가  앙증맞게 붙어 있었다. 귀를 뚫고 염증이 나면

안 된다고 은 귀걸이를 하고 왔다. 그러면서  아빠 알면  어떡하지 걱정을 한다. 만약에 아빠가 알게 되면 봉자 아줌마가 데리고 가서 귀 뚫어주고 식사도 사 주었다고 말하렴.

우린 서로에게 입을 맞추어 놓았다.

  그럭저럭 3개월이 지나고 여름이 되면서 날씨가 더워졌다.

  아무 생각 없이 딸아이는 머리를 감고 머리를 틀어 올렸다.

  귀에 걸린 귀걸이가 반짝이며 남편의 눈에 꽂혔다.

  남편은 딸아이의 귀를 잡고, 나를 부른다.

  " 당신 알았어. 애가 귀를 뚫었잖아."

  나는 호들갑스러운 남편을 향해 말했다.

  "내가 뚫어준 것도 아니고 자가 대학교 입학 기념으로 데리고 나가서 귀  뚫어주고 밥 사 주고 들여보냈는데 난들 어떡해."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직접 자에게 하라면서 전화를 하자

남편은 전화기를 뺐더니 아무 말이 없다. 내가 자에게 당신 생각을 이야기했더니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온 얼굴을 다 뜯어고치는 시대인데 무슨 귀에 구멍 하나 뚫는 것 가지고 그리 난리냐고 하면서 아줌마가 책임진다며

뚫어 주었다고 말했다.

  자는 나의 절친이며. 남편과도 잘 아는 사이며. 불합리한 일이 있으면 서슴없이 상대방 앞에서 말하는 정의파였다.

  몇 해를 만나면서 정직하고 올바른 판단을 가지고 있다고

남편이 늘 말했기에 나는 친구인 그녀의 이름을 댔다.

그리고는 남편에게 당신이 좀 더 멋진 아빠가 되려면 아무 말 없이 귀걸이 선물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휴일이 되자 남편은 어디에서 귀걸이를 파냐고 나에게 묻는다. 나는 남편과 같이 귀금속 집에 들렀다. 남편은 번갈아 해야 된다며 2개나 사줬다.

  잘 웃지도 않는 남편이었지만,

  " 딸을 엄청 사랑하나 봐요."

  귀금속 사장님 말에 입이 귀에 걸렸다.

  집에 와 딸아이에게  아빠가 샀다고 귀걸이를 주자 딸아이는 믿지 않는다. 엄마가 사고서 그렇게 말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내가 사면 이렇게 비싼 것 살 수 없다면서 아빠가 너 사주고 싶어 같이 가서 샀다고 연거푸 말하자

  " 우. 아빠가 드디어 20세기 대열에 끼셨네요."

  한마디 하며 귀걸이를 챙겨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멋없기는 남편이나 딸이나 똑같다. 얼마나 용기를 내서 산 귀걸이인데 나보고 주라고 하는 남편이나,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방으로 들어가는 딸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씁쓸함이 밀려왔다.

  " 이것 너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 아빠가 샀는데 해 보렴."

  " 아빠. 고마워요 잘하고 다닐게요."

  이렇게 말하면 어디가 덧나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가르쳐야 하나 또다시 말하면

  ' 둘 다 나는 그렇게 낯 간지러운 말은 못 해 하겠지.'

  아! 닮아도 너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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