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 없는 사람이. 좋아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
그런데 이건 말이 없어도 너무 없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갔다 올게.`'
저녁에 들어와 ''자자.`' 이게 전부다.
오죽하면 남편과 같이 일하는 후배 직원 들이
집에 놀러와서
''형수님. 입안에 곰팡이 안 생겨요?''
라고 말할까. 회사에 출근해 고개만 까딱하고, 퇴근 때는 ''가자'' 하면 끝이란다.
우짜꼬, 말없는 남자 좋아했다가 망조 들었다.
이렇게 재미없게 살기는 싫었다. 나는 몇 날을 고민한 끝에
나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놓고 남편이 퇴근해 오기만을
기다렸다.
퇴근 후 남편은 저녁 식사를 하더니 항상 그랬듯이 거실 바닥에서 신문을 책처럼 펼쳐 들고 보고 있었다.
나는 컵에다 물을 조금 넣어 남편이 보는 신문 중앙에 부었다. 물은 접힌 부분을 타고 눈 깜박할 사이에 바지 중앙에 흘러내렸다.
너무 놀란 남편은 왜 이러냐며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시치미를 딱 떼며 수건을 가지고 가
''어머. 오줌이 마려우면 화장실에 가시지 바지에 실례를 하면 어떡해요.`` 하곤 닦아 주었다.
나의 의아한 행동에 왜 그러냐며 다그친다.
나는 비시시 웃으며 말했다.
''너무 심심해서 한번 해 보았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심심하면 자주 할 거라고 말해 주었다.
남편은 어이없어했다.
''온종일 당신 기다리는데 이렇게 대화가 없으면 우울증 걸리기 딱이네요.''
남편은 그때야 내가 어떻게 해 주길 바라냐고 나에게 물었다.
''우리 그날그날 있었던 일을 20분씩 이야기해요. 당신은 이야기 잘 못하니까 시사 이야기도 좋고 직원들이 양말 무슨 색이었나 말해도 좋고 당신이 편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 하면 돼요.
나는 보답으로 당신을 세 번 웃겨 줄게요.''
이렇게 해서 우리의 협상은 끝났다.
다음날 나는 남편이 출근한 후에 서점에 가서 유머책 3권을 샀다. 그리고 그날 이야기할 것을 외우다시피 했다.
저녁이 되어 남편과 마주 앉아 대화하는데, 머쓱하게 몇 마디 하더니 이내 멈춘다. 그래도 나는 진지하게 들어주며
''앞으론 이렇게 해 봐요.''
하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유머를 재미있게 이야기해주면 남편은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 처럼 내가 한 이야기를 사실로 착각하고 웃고 또 웃었다.
아이들이 태어나서도 우리들의 협상은 이어졌고 그게 토대가 되어 지금은 나보다 한 수 위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젠 할 말도 잘하고, 나의 위트에 변함없이 탁구공이 되어 때론 길게 때론 짧게 돌아온다.
이제 와 생각하니 처음부터 협상하길 잘한 듯싶다.
내가 어쩌다 남편보다 늦게 와
''여보, 미안해. 봉팔이가 밥 사줘서 밥 먹고 오느라고 늦었어.'' 말하면 남편은 바로
''괞찮아, 나도 봉자가 밥 사줘서 먹고 지금 막 왔어.''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껄껄 웃는다.
힘들고 지쳐 있을 때 웃음이 청량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살면서 느낄 수 있었다.
사는 날까지 서로에게 청량제가 될 수 있도록 언제나 웃음을 잃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