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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Nov 17. 2021

잃어버린 양심

콩나물 국

  



어렸을 때 엄마는 밥이 모자라면 콩나물을 듬뿍 사와 김치를 조금 넣고 콩나물 김치죽을 끓여 주었다. 밥은 별로 없고 콩나물하고 김치만 있는 탓에 나는 콩나물이 싫었다.

  가끔은 콩나물 김치죽을 먹지 않는다고 투정도 부렸지만, 우리 집 형편으로는 콩나물 김치죽도 과분 했다.

  오늘도 500원어치의 콩나물을 사러 가게에 갔다. 거스름 돈을 받아 주머니에 챙기고 집에 와서 거스름 돈을 내밀었다.

그런데 거스름돈은 내가 가져간 돈보다 더 많았다.

내가 준 돈은  원이었는데 오천 원으로 착각하고 거스름돈을 내어 주었다.

  이 돈으로 쌀 사고 돈 많이 생기면 자고 말하자 엄마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단호하게 거스름돈 내줄 때 알지 않았냐고 다그친다. 나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내 양심은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 너는 그럴 아이는 아니지 엄마 딸인데."

  " 이걸 그냥 먹으면 너는 평생 콩나물 도둑이 되는 거야."

  " 도둑으로 살래 갖다 줄래."

  나는 어린 마음에 도둑으로 살기는 싫었다. 엄마가 종이봉투에 넣어준 거스름돈을 받아 들고 아저씨에게  갖다  주었다.

  " 아저씨, 죄송해요. 아까 잔돈을 세어보지 않고 가서."

  나의 목소리가 바람에 휘감기며 땅바닥에 내려앉았다.

  아저씨는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내 손에 종합 선물 과자 세트를 쥐여준다. 한사코 뿌리쳐도 소용없다. 가 기분 좋아 주는 거라며 가서 동생하고 나누어 먹으라고 하면서 나를 가게에서 밀어낸다. 나는 종합 선물을 들고서 조금 전에 나쁜 생각을 한 나 자신이 어리석고 창피해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리고 착한 일을 하면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기는 것도 알았다.

  그 뒤로 내 삶의 잣대는 엄마의 도덕성이었으며 단호함과

나에 대한 믿음은 존경의 상징이 되었다.

  요즘 아이들은 콩나물 죽이 무언지 강냉이죽이 무언지 잘 모르지만, 지난 시간을 들추어 보면 나를 키우는데 한몫을 한 것은 콩나물 죽과 강냉이 죽이었다.

  시나브로 잊혀가는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씁쓸함이 콩나물처럼 자라고  있다.

  시간이 지난 뒤에야 찾아드는 감정들, 채 마르지 않은 기억들이 웅크린 지난날을 들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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