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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Aug 18. 2021

놋그릇

하얀 쌀밥

파랗게 녹슨 놋그릇을 닦으면

접혔던 시간이 펼쳐진다


할머니가 쓰시던 놋그릇

어머니가 쓰셨다


닦고 닦아 유리처럼 반짝이면

놋그릇에 얼굴을 비춰본다


얼굴은 보이지 않고 어머니의 땀 남새와

자식 위해 빌던 기도소리 들린다


어쩌다 빈 놋그릇과 마주하면

하얀 쌀밥 수북이 올려놓고

어서 먹어라

엄니는 배부르다


놋그릇은 엄마가 놓고 간

하얀 쌀밥이었다



시작노트


어쩌다 시골에 내려가면 엄마는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냐.''

하면서 고봉밥을 주시곤 하셨다.

그때에는 왜 이렇게 밥을 많이 주냐며

투정 부렸는데

알고 보니 그 밥도 옆집에서 쌀을 빌려 밥을 해 주었던 것이었다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것이 어머니의  넘치는 사랑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 빈  놋그릇은 어머니의 하얀 쌀밥으로

영원히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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