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과 카파도키아는 지중해의 아름다운 아라베스크 문양의 건축양식과 신이 내린 계곡의 경이로움으로 떠오르는 애드벌룬처럼 마음이 부풀어 있었다.
가는 곳마다 신비스러움에 며칠을 더 묵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안탈리아 해변으로 떠났다.
지중해의 물빛과 함께 안탈리아 해변은 오후의 길목에선 나른함과 여유로움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예로부터 신들이 쉬어간 곳이라고 해서 신성한 장소로 전해 내려왔다. 왠지 나도 모르게 이곳에 몸을 담그면 나도 따라 신성한 몸이 될 거라는생각이 들어 바다와 한 몸이 되었다.
해변에 몸을 담근 지 20분이 지났을까 벌에 쏘인 것처럼 허벅지에서 통증이 느껴지며 붓기 시작하더니 이내 걷는 것도 힘들었다. 놀란 딸아이가 호텔 직원에게 말하자 조금 후에 카트차가 왔다. 카트 차는 호텔 안에 있는 병원으로 나를 실어 날랐다.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지만, 심각함은 의사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조금 후 딸아이가 곁으로 다가와 독 있는 해파리에게 물렸으며 지금 해독하지 않으면 독이 퍼져 호흡 곤란과 심하면 피부 괴사까지 온다고 했다.
의사가 너무 부풀린 것 같고 나는 예전에 벌에게 쏘인 적도 있어서 이러다 말 거야 하며 딸아이에게 진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외국에서의 병원비가 우리나라보다 몇 배나 많은 것을 알기에 치료받지 않는다고 했다. 딸아이는 화를 내며 아낄 것을 아껴야지 하며 급기야는 울기까지 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이곳에 와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 났나 생각하니 화가 났다. 다급한 딸아이의 목소리
''엄마 모든 경비는 내가 책임질 것이니 어서 빨리 치료받자.''
딸아이의 간절한 눈빛에 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의사 와 간호사가 나에게 붙어서 주사를 놓고 환부에 약을 바르고 링거까지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3시간이 지나 내 몸에선 해파리의 독이 빠지고 문신만 남았다. 안탈리아 해변이 이방인에게 준 낙인, 또렷하게 박힌 문양은 내 몸을 정박시키고 촉수의 습한 기운이 달라붙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
이쯤 되니 여행이고 뭐고 어서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다.
증발해 버린 설렘은 토막 난 춤사위처럼 흩뿌려지고
하루를 버티다 집으로 온 나는 허벅지에 남아 있는 해파리의 문양을 보고 어제의 씁쓸함과 오늘의 감정이 덧칠되어 까맣게 주저앉은 가슴 벽을 쓸어내렸다.
지중해의 한 귀퉁이가 허벅지에 달라붙어 발그레 웃고 있다.
백색 마네킹처럼 서서 나는 잠시 해파리의 뿌리를 보고있다. 살에 엉겨붙은 촉수가 침묵을 거듭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