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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Aug 16. 2021

죽음의 문턱

꽃의 언어를 들을 수 있어

몸의 중심을 잃었다

화장실 바닥을 움켜쥔

피의 냄새가 비릿하다


쓰러진 내 몸에선 지금은 아니라고

나로부터 떠나야 하는 오늘이라면

신에게 내 명의로 된

생명 줄을 이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지켜주고 싶은 이승 사자가

가운을 입고 호흡을 재고 있다

나를 위협하는 세포를 따돌리고

죽음 밖으로 내몰지 않으려고

속까지 하얗게 뒤집어  볼 때마다

겁에 질려 있었다


어둠의 소용돌이 속에

목화솜 같은 가벼운 영혼이 될 무렵

지워지지 않는

하루와 내일을 수북이 쌓아 놓고

재생의 버튼을 누르고 있다


인된 삶은 내 몸을 쓰다듬고

가을밤 홀로 우는 풀벌레 소리처럼

가늘고 약하게

생의 키를 늘리고 있었다


멀어져 간 것들이

돌아와 숨결을 고르는 동안

기립성 저혈압은 무너진 내  몸에

잔고로 남아있고


절벽 위에서 뒤돌아본 나는

향기로 전하는

꽃의 언어를 들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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