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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송영희
Aug 15. 2021
남편의 대리 운전
남편의 모습에서 나를 찾자
남편이 출근하며 나에게 운전을 부탁했다. 어제 술을 많이 먹은 탓에 회사 근처에 차를 놓고 왔다고 말했다.
술을 먹은 날이면 늘 밤중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그리곤 화장실에 곧장 가서 구토할 때가 많았다. 나는 그럴 때마다 왜 저 정도가 될 때까지 술을 먹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제도
술을 먹고 늦게 들어와 아직도 언짢은 감정이었으나 차 잡기가 힘들어 마지못해 나섰다.
우리는 출근길의 교통체증을 만끽하여 서서히 회사 앞에 다다랐다. 남편은 도착하자마자 잽싸게 차 문을 열고 나간다. 나는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질렀다
''손님. 돈을 주고 가셔야지요. 그냥 가면 어떡해요.''
소리를 지르자 남편은 그냥 지나치는데, 어떤 사람이 급하게 달려와 얼마냐고 묻는다.
''3만 원이에요.''
그가 돈을 내려 하자 언제 왔는지 남편이 홍당무가 되어 지갑에서 만 원짜리 몇 장을 세지도 않고 던져준다.
''손님 감사합니다. 종종 이용하세요.''
나는 큰소리로 외치며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돈을 세어보니 5만 원이었다. 괜찮은 수입인데 다음부터 내 차는 탈 것 같지 않았다. 생각 끝에
약국에 들러 좋은 영양제를 사서 남편의 이름을 써 놓았다.
퇴근 후 남편은 아침에 직원들
보는데
창피하게 왜 그랬느냐고 묻는다.
''아니, 오늘 엄마들 모임에 쓰라고 준 돈 아니었어?
그 돈으로 밥 사주었는데 모두 당신 보고 멋쟁이라고 그러네. 그런 남자하고 살아 보고 싶다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편의 입은 귀에 걸렸다. 그 말 한마디에 배실배실 웃는 게 꼭 철부지 아이 같았다. 좋은 거짓말이 이렇게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다.
내친김에 낮에 산 영양제를 내놓으면서
'' 당신 같은 남자가 내 남편이라는 게 좋아서 영양제 하나 샀어. 술을 먹는 사람에게 좋대.''
남편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행복은 내가 만들어가는 거구나.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을 때때로 내 속에서 나를 찾지 말고 남편의 모습에서 나를 찾자. 그리곤 행복도 튀밥처럼 튀겨야지 마음먹으니, 팝콘이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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