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니까 시댁이 따라왔다
내가 시댁에 가면
마중 나오는 것들이 많다
산과 시냇물이 마중 나오고
그 뒤를 이어
만들레 해바라기 과꽃 채송화 나팔꽃이
불을 밝힌 채 나를 맞이했다
고기의 숨소리
석양이 질 무렵 해의 숨소리
밤하늘 별들의 숨소리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아무도 없는 곳에서
바람이 내게
안부를 물을 때 들리는 소리
자연과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맨몸으로 주저앉아 울고 싶을 때
허기가 놀고 가는 길을 알고 있다
누군가 등을 안아주지 않아도
상처는 지워지고
지평선이 없어도
온몸에 녹아드는 온기
켜켜이 쌓인 목화솜 같은 바람결에
오늘도 숲 속은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