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영희 Aug 19. 2021

집이 우는 것을 보았다

아래층 집수리

  아랫집이 이사 오면서 집수리한다는 공고가 엘리베이터 안에 붙어 있었다. 공사기간은 50일이나 됐다. 공사기간이 길은 것을 보니 집 전체를 수리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15년이 다된 집 전체를 수리하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되었다.

  그런데 공사가 시작되면서 연일 크고 작은 소음이 계속되었다. 그래 소음이 니까 봐달라고 공고까지 붙인 것 아닌가! 참자 참아야지 나름 마음을 다독였다.

  며칠이 지나고 시 공부하는 친구가 집으로 찾아왔다. 그런데 그날따라 소음이 아닌 굉음으로 친구와의 대화까지도 어려웠다. 시끄러운 강도는 더욱 심해지고 벽에 걸은 액자가 떨어졌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길래 이토록 굉음이 나나 아래층으로

뛰쳐 내려갔다. 내려가  보니 큰 쇠망치로 벽을 부수고 있었다. 그래서 그쪽 벽에 걸어둔 액자가 떨어졌구나 생각을 하며 이벽을 허물 방법이 망치 말고는 없느냐며 따져 물었다.

  조금 후 주인이 와서 미안하다고 사과는 했지만, 나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앞으로 이사 오면 위아래층에 살면서 봐야 하고 서로가 나쁜 감정으로 남아 있는 게 싫었다.

  나는 끝까지 벽을 부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고, 아래층은 그 뒤에 현관문을 닫고 허락 없이 자기 집에 들어오면 주거침입죄로 고발한다고 말했다.

  내가 그 집에 들어갔을 때는  공사로 인해 인부들이 수시로 들락거렸고 현관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무엇보다도 지진이 난 것처럼 벽의 진동이 심하게 느껴진다면 누군들 가서 보고 말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관리소를 통해서 말했으면 더 나았을까? 생각이 꼬리를 문다.

  집수리하는 것도 좋지만, 벽까지 헐어가며 집수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벽을 헌 이튿날 새벽 1시에 잠이 오지 않아 책을 보고 있는데, 간헐적으로 드리는 쉬쉬 식. 쉬쉬 식 소리에 집중하고 소리 나는 쪽으로 향하니 아래층 벽을 헌 쪽 에서 나는 소리였다. 벽에  귀를 대고 들어 보니 시멘트 흐르는 소리였다.

아! 아프다고 집이 울고 있구나? 처음으로 집이 우는 것을 보았다. 예쁘게 사는 것도 좋지만, 생명 없는 것들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끔은 생명 없는 것들에게 생명을 부여한다면 무슨 말을 할까?

  너무 편한 것에 길들여져 쉽게 쉽게 고치고, 버리고, 부수고, 망가뜨리면 언젠가는 그것들이 화가 되어 내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이 일로 이웃이라는 온기는 싸늘히 식었고, 되돌릴 수 없는

얼룩진 소음이 남아 상처를 보듬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놋그릇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