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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Aug 20. 2021

무녀

망자의 혼

타인의 불행으로 밥을 먹고사는 그녀

이승에 가둘 수 없어 저승길을 연다


후미진 바람의 길목에서

목마르고 힘든 을 버티지 못하고

바람의 갈피 속에 파묻혀

저승길을 가지 못했다


물에 빠져 죽은 망자의 혼이

저 무녀의 손끝에서 움직인다

인연의 매듭에는

가라앉지도 새겨지지도 않는

슬픈 표정이 켜켜이 묻어 있고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망자의 혼이

들어와 말을 하고 있다


타인의 불행을 내 몫인 양

몸으로 끌고 들어와

혼신의 힘을 다해 한을 풀고 있다

빨갛게 멍울진 덩어리들

무녀의 몸에서

풀어내지 못한 흔적을 발라내고

허공에 휘감긴 몸짓에는

망자의 울음이 묻어 있다


저승으로 가는 징검다리 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녀의 입에서

실타래처럼 나오는 말에

그가 남긴 얼룩이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


허공의 한 구석을

저승사자가 도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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