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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Aug 23. 2021

아들의 수시입학

너는 한다면 하잖니

아들의 사춘기는 중 1학년 때부터 고2가 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공부는 뒤 전이고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PC방과 노래방, 공원길을 쏘다녔고, 여름 방학 때면 캠핑과 물놀이, 겨울방학 때면 스키 타러 가곤 했다.

  속 터지는 것은 남편과 나였다. 성적이 떨어 질대로 떨어져

정신없이 공부해도 부족할 판에 친구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니 한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들 때문에 남편과 나는 자주 말다툼이 이어졌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아들에게 꾸지람도 하고 때려도 보았지만 하면 할수록 반항은 커갔다.

  이러던 아들이 고3, 1학기가 되자 수시입학 지원서를  세

군데에 냈다. 남편과 나는 안타까웠다. 1학기 수시는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갈 정도로 어렵다고 했는데 2군에 속하는 대학이라 공부로 봐서는 안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자기주장이 강해서 누구의 말도 듣지 않은 아들이 지원서를 내면서

  ''엄마 기도해 줘.''

  이  말에 나는 가끔 하는 말

  ''너는 한다면 하는 애니까 꼭 될 거야.''

말은 했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면접날이 되어 아들이 갔다 오겠다고 하는데 복장이 영  거슬렸다. 깔끔하게 교복 입었으면 좋으련만 분홍색 티셔츠에 찢어진 청바지. 빨간색 가방, 꼭 날라리 같다고 말하자 아들은

  ''그게 시험 보러 가는 사람에게 할 말이에요.''

  꼭 재수 없는 말만 골라서 한다며

  ''엄마 맞아.''

  소리를 버럭 지르며 문을 세 개  닫고 나가버렸다. 나는  이런  동이 괘씸해 아들의 뒤통수에다 대고

  ''이놈아. 내가 교수 같으면 너는 쳐다도 안 본다. 날라리 같은 놈. 저놈은 떨어져 쓴맛을 봐야 해. 싹수없는 놈.''

문쪽을 향해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며칠이 지나고 지원한 대학교에서 우편물이 왔다. 합격통지서였다. 남편과 나는 서로 마주 보며

  ''봉사가 문고리 잡은 격이야.''

하며 기뻐했으나 한편으론 마음이 무거웠다. 될 사람이 안 되고 아들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담임선생님을 만나 이처럼 이야기했더니

  ''성헌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학교 공부는 충실 이해 내신은 아주 좋습니다. 내신이 좋으면 수시가 유리합니다.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이 말에 난 아들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 학교에 가는 것을 너무 싫어해 입학  때  한 두 번 가고

선생님을 거의 뵙지 못했다.

  대학 입시 문제로 선생님과 상담하려고 하면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깐 학교에 오지도 말고 신경 쓰지 말라며 소리를 질러 대는 바람에 그래

  ''너, 잘랐다.''

  생각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수시에 붙고 보니 놀기만 한 건 아니었구나, 생각하고 집에 돌아오는 데 머릿속에 커다랗게 다가오는 말이 생각났다. 어려서부터 힘들어할 때마다

  ''너는 한다면 하잖니. 할 수 있어.''

  아들에게 여러 번 들려준 말이었다. 말이 씨가 된다고 했는데 어쩜 아들에게도 이 말이 씨가 되어 커다란 에너지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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