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돌아오지 않는 시간

어머니의 간장게장

by 송영희

결혼 후 10년이 다 되도록 냉장고는 내 것 아니었다

김치는 다 먹었냐

고추장은

장조림은

마치 내가 주문이라도 한 듯

냉장고에는 엄마의 음식으로 가득 찼다


엄마가 떠나고 처음으로 참기름 한 병을 사던 날

작은 두려움이 날 살폈다


양념을 살 때마다

음식을 할 때마다

돌아오지 않는 시간 앞에서 어깨가 들썩였다


내 눈은 한동안 냉장고 안을 서성였고

한 움큼씩 다가오는 간장 게장의 잔상 앞에

수많은 느낌표가 달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냉장고의 빈 공간

엄마의 온기마저 사라져

제대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집트의 피라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