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나에게 어디를 여행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서슴없이 이집트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동경했던 것인데 육십이 다 되어서야 딸과 함께 자유 여행을 하게 되었다.
딸은 피라미드가 보이는 곳으로 숙소를 잡았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걸어서 10분 거리이니 소화도 시킬 겸 걷자고 말했다.
숙소 건너편에 있는 피라미드 입구에 도착하자 말과 낙타를 타라는 호객꾼들이 즐비하게 있었다. 우리는 걸어서 피라미드 보기로 마음먹고 안으로 들어가 유적의 웅장함과 견고함으로 경탄하고 있을 때 호객꾼들이 10분 간격으로 다가와 낙타와 말을 타라고 했다. 안 탄다고 말해도 주위를 맴돌며 타라고 윽박지르다시피 한다. 여자만 둘이라서 그러나 불쾌함은 말할 수 없지만, 그것보다 더 불쾌한 것은
낙타와 말의 배설물이었다. 33도의 무더운 날씨에 배설물을 치우지 않아 악취가 심하게 나고 있었다. 우리가 보는 앞에서도 낙타가 변을 보고 있었다. 그것도 피라미드 앞에서 어이가 없었다.
왜 이 나라는 유적을 이렇게 관리하는지 화가 났다. 그래서 걸어서는 힘들다고 호텔 직원이 이야기했구나!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나는 딸에게 시골길 걷는다고 생각핟고 피라미드 입구를
찾아보라고 했다. 입구를 찾았으나 들어갈 수 없도록 돌로 막혀 있었다. 가장 큰 쿠푸 왕의 피라미드를 뒤로하고
두 번째 피라미드와 세 번째 피라미드를 보고 있는데 딸이 낙타의 변을 밟고 속이 거북하다고 호텔로 가자고 했다.
여기까지 와서 속이 거북하다고 가자고 하면 어떡하냐고 다그치자
''쿠푸 왕의 피라미드를 보면 다 본 거나 마찬가지야.''
그러면서 가이드처럼 피라미드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기원전 4500년에 지어졌고,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건축물이고,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고, 인류 역사상 가장 정밀하게 지어진 건축물이라고 말했다. 오기 전에
공부를 했는지 돌의 무게. 높이. 돌의 숫자와 이 건물을 짓기에 10만 명이 동원되었으며 지금도 내부는 다
밝혀지지않았다며
''더 물어볼 것 없으면 가자. 토할 것 같아.''
나는 아쉽지만, 피라미드를 뒤로하고 그 자리를 나왔다.
가장 훌륭한 건축물이라고 배웠건만, 이대로 떠나기는 싫었다. 딸에게 낙타의 배설물 때문에 제대로 구경을 못 했다는 글을 남기라고 했다. 딸은 투덜거리며 안 한다고 했다.
''그래, 하지 마. 나 여기서 한 발짝도 안 움직일 테니까.''
''엄마 여기까지 와서 꼴통 짓 할 거야.''
내가 들은 척도 안 하고 십 분 정도 서 있자. 딸아이는 영어로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 다 적고 나더니 관리인에게 갖다 주라고 한다.
''그래 줘. 내가 못 갖다 줄지 알고.''
나는 메모지를 받아 들고 관리실로 들어가 관리인에게 메모지를 건네주면서
''제발 앉아 있지 말고 낙타 배설물 좀 치우세요. 그리고
한국말 좀 배우세요.''
우리말로 소리치며 나왔다. 속이 다 후련했다. 관리인은 따라 나오면서 영어로 뭐라 했지만, 서로가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관리실에서 나온 내가 실실 웃자 딸아이는 또 이상한 짓 했냐면서 묻는다. 조금 전 이야기를 해주자 내가 안 따라가길
다행이라며 한숨을 짓는다.
적어도 세계적인 관광지라면 영어뿐 아니라 많이 찾는 관광객 나라의 언어를 하는 사람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가서 우리말이 세계 공통어가 되어 있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꿈에서 깨도 기분은 좋았다. 어서 그날이 오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