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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Aug 27. 2021

어쩌다 사장

아이스크림 가게

  코로나로  인해 1년 8개월이 넘도록 가게가 비어 있었다.

전 세입자가 음식점을 해서인지 여기저기 곰팡이 꽃이 피어 있었다. 건물이 낡아서 리모델링한다는 것이 가격이 만만치 않아 차일피일 미루던 끝에 남편은 어느 날 폭탄선언을 했다.

내 이름으로 아이스크림 가게를 낸다고 했다.

  ""육십 중반이면 하던 것도 다 접어야 하는데, 뭘 한다고 그래. 하지  마.""

  내가 집에서 빈둥빈둥 노는 게 한심해서 그래. 왜 그래.""

  으름장을 놓았지만 한 달이 지난 후에 사업자 등록증이 날아왔다.

  "도대체  일 벌이는 데는 뭐 있어.""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부풀어진 걱정을 달래 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딱히 무엇을 할지도 몰랐다. 심각한 내 모습에 딸아이가

  ""엄마는 이틀에 한 번 정도 들려서 청소만 하면 돼요. 나머지는 제가 다 할게요.""

  이 한마디에 답답한 마음이 안도와 평온으로 가라앉았다.

  딸아이의 손에 이끌려 가게에 간 나는 마치 얼음 왕국에 온 것처럼 설렌다.

  큰 냉장고 8대. 아이스크림만 160가지. 해태. 빙그레. 롯데. 색색의 아이스크림은 내 가슴을 부풀게 했고 동심의 세계에 빠져 헤어 나오질 못했다.

  아! 하루에 두 개씩만 맛을 봐도 80일은 걸리겠다. 고양이 앞에 생선이랄까? 음흉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이스크림 가게 한다고 소리칠 때는 언제고 나는 봄눈 녹듯 녹아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에 젖어 있었다. 그런데 달콤함도 잠시 처음이라서인지 모든 게 서툴렀다.

  세게 과자와 같이 파는 터라 물건이 오는 날이면 과자 박스는 내가 직접 뜯고 가격도 정하고 가게에 배치해야 했다. 이럴 때면 서너 시간을 정리해야 했다.

  내가 아이스크림 가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수필반 선생님  몇 이 가게에 들렀다. 그리고는 가게가 잘되라고 지신밟기라며 가게를 돌고 돌았다. 마치 아이들이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해맑은 웃음이 가게를 가득 메웠다.

  어릴 적 보름이 되면 집 집마다 한해 모든 게 잘되라고 풍악을 울리면서 지신밟기를 해준 풍악 패들이 생각났다.

  찾아와서 위로해준 문우님들 덕분에 쪼그라들었던 마음은 솜사탕이 되었고 지혜로움과 고마움에 가슴 깊숙이 봄볕이 들었다. 그리고 용기도 생겼다.

  그래  해보자 어쩌다 사장이 되었지만,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즐겁고 행복하다면 뭘 더 바라겠는가!

  아이스크림이 재잘재잘 웃으며

  ""나는 차지만 가슴을 녹여주는 역할을 해요. 저희만 믿으세요.""

  메말랐던 마음에 싹이 돋고 주름진 걱정이 펴지면서 가슴팍에 행복의 단추를 달고 가게를 나왔다.

  차가운 바람이 나를 흔들었지만 나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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