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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Jan 24. 2022

이제 분리수거할 때가 되었어

내복을 뒤집어 입다

  



  남편은 몸이 약한 편이라 추위를 많이 탔다.

  며칠 전부터 내복을 입고 다니면서도

 더 따스한 것을 원했다.

  성격이 급한 남편인지라 다음 날

  나는  기능성 내복 두 벌을 사서 남편의 가슴에 안겨 주었다.

  남편은 흡족해하며 바꾸어 입고 나갔다.

  퇴근 후에 온 남편은 내복을 잘 못 샀다며 화를 냈다.

  내복을 잘 보고 사야지 앞쪽에 구멍이 없어서 소변볼 때 힘들었다며 나를 꾸짖는다.

  요즘은 내복이 그렇게 나오나 나도 치수만 보고 샀지. 자세히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으니 바지를 벗어 보라고 했다.

  남편이 바지를 벗고 보니 내복을 뒤집어  입은 거였다.

앞과 뒤가 바뀌어 엉덩이 쪽에 구멍이 있었다.

  ㅠㅠ

  " 이제 분리수거할 때가 되었어."

  말하자 남편은

  " 이 늦은 시간에 무슨 분리수거."

  " 아니. 당신을 분리수거할 때가 되었다고."

  " 나를 갖다가 내놔 봐."

   "젊은 여자들이 나하고 살자고

100 미터는 서 있을 거니까!"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양말도 짝을 맞추어 신을 줄 모르고

며칠 전에는 새로 사다 놓은 바디 워시를 로션으로 알고

바르고 나가고

  까나리 젓갈이 조금 남아 작은 음료수 병에 넣어 두었는데

음료수인 줄 알고 홀짝 들이키고  

  " 내가 말썽쟁이 아들 하나 키운다 키워."

  나는 나름 고조된 어조로 남편을 향해 이야기를 하자

자기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단다.

  내가 나만 알 수 있도록 해 놓고, 표기를 잘해 놓지 않아서 모든 일이 발생되었다며 되려 나를 꾸짖는다.

  모든 것을 손에 쥐어 줘야 하는 남편에게

  " 어느 여자 데려다가 고생시키려고

그냥 내가 살아준다. 살아 줘."

  소리 내어 말했지만,  또다시 실수할까  봐

  내복 앞쪽은  빨간 단추로 표시를 해 두었고

바디워시와 로션은 검정 매직으로

크게 글씨를 써 놓고 나서야 남편을 불러 제차

확인을 시키며 앞으로는 실수하지 말라고 다짐을 했지만,

나이 들어 성격은 더 급해지고 총기도 예전 갖지 않다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은 씁쓸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실수를 할 줄은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고 보면 그러려니 하고 마음 한쪽 베어다가 지에 말릴 때가 많을 듯싶다.

  젊은 날에 내가 사랑했던 이여,

  죽기 전까지 사랑으로 남을 수 있게 해 다오.

   나는 나 자신에게 불을 기며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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