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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Jan 18. 2022

갱년기 2

사랑이 발아되고 있었다



벗어 놓은 옷처럼 옷이 널브러져 있다

반듯하게 정리한 지가 언제인지 아득하다

하고 싶은 게 없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같이 있어도 혼자였고

비릿한 어둠을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었다

어설픈 망치 잡이로

반듯한 못을 박으려 하면 할수록

마디마다 부서지는 소리와

몸의 온도도 수시로 달라졌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일상을 등 돌리고

견디어온 날들의

쓸쓸한 얼룩들이 번지는 날

남편에게 결별을 선언했다



물살에 떠밀리기 싫었나

갱년기에 좋다는

씨앗 기름을 사 가지고 와

밤하늘의 별처럼 너무 예뻐서

떠나지 못한다는  말 한마디에

오래 묵은 울음이 사라지고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내 몸에선

또다시 사랑이 발아되고 있었다



바보 비보 바보 비보

발아된 싹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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