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뚜렷한 이유도 없이 부쩍 우울하고, 속상하고.
화가 나는 게 갱년기 인가보다.
모임에 가기 위해 운전을 하는데 가슴이 답답해왔다.
나는 라디오를 크게 틀었다. 노래라도 듣고 가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사 중에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날 위해 무엇을 했나.~
세월이 더 가기 전에 내 모습 변하기 전에 ~"
듣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날 위해 무엇을 했지."
생각해 보았지만 잡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남편에게 내조 잘하고 아이들 잘 키웠으면 됐지.
무얼 바래. 내가 나를 다독여 보았지만,
눈물은 그질 줄 몰랐다.
모임 장소에 이르자 친구들이
" 무슨 일 있었니? 눈이 빨갛게."
물어보았지만, 마음을 들키기 싫어
" 라디오에서 슬픈 이야기가 나와서."
하며 얼버무렸다.
모임이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들었던 노래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는 레코드 가게에 들러 그 곡이 들어 있는 CD를 샀다.
그리고 그 노래를 며칠 동안 듣고 또 들어 이젠 안 듣고도
그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슬펐는데 부르면 부를수록 감미로움과 함께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있는데 기분이 우울해 노래를 부르면 나을 듯싶었다.
남편이 거실에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율동까지 해가며
이 노래를 불렀다.
"~사랑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아주 멋진 남자를 만나
바다가 있는 아름다운 해변을 둘이서 걷고 싶어요.~"
그러자 남편은 빈 정상한 목소리로 한마디 한다.
" 얼씨구. 정신 차려 아줌마야."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율동을 넣어가며 또다시 노래를 이어갔다.
"~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날 위해 무엇을 했나.~"
이 대목에서 남편은
" 먹고 살쪘잖아."
퉁명스러운 말에 나는 화가 나서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가 없었다.
" 이 멋대가리 없는 양반아. 당신이 갱년기 롤 알아?"
큰소리로 쏘아붙이고 아이들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최선을 다해 나의 기분을 전환하려고 노래를 하면
박자를 맞춰주지는 못할망정 사정없이 초치고
끊어버리는 남편 때문에 나는 오늘도 우울하고
텅 빈 마음을 잠재우기에 가슴을 쓸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