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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

도시락

by 송영희



남편의 출근 시간은 7시 30분. 내가 일어 난 시간은

7시 10분이다. 도시락도 싸야 하는데

한 시간이나 늦게 일어났다.

남편과 나는 일어나는 시각이 거의 같다.

알람을 6시 10분에 똑같이 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잠에서 깨보니 남편도 일어나지 않고 잠을 자고 있었다.

우리는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늦잠 자는 사람을 깨우는데

둘 다 늦잠을 잔 탓에 서로의 일에 분주해졌다.

남편은 남편대로 화장실로 바로 가고, 나는 나대로 부엌에서

남편의 도시락을 싸기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남편은 일어나면 늘 먼저 하는 일이 물을 2컵 마시는 거였는데 오늘은 물도 거른다.

" 아침 차리지 마."

나에게 큰소리로 말했지만, 나는 그냥 보낼 수 없어

토마토와 사과를 넣고 대충 갈아주었다.

밥을 좋아하는 남편은 한 모금만 마시고 식탁에 올려놓는다.

도시락은 밥을 할 시간이 없어 햇반을 돌려 넣어 주고

국은 어제 먹은 국과

반찬은 콩나물 무침과 참나물 무침을 해서 김치와 함께 싸주었다.

남편은 고기 보다도 야채를 좋아해서 언제나

나물 한 두 지는 들어간다.

얼마나 빠르게 했는지 아마 내 엉덩이에 프로펠러를 달아 놓았으면, 선풍기보다 더 빨리 돌아갔을 것이다.

이렇게 도시락을 싸서 남편을 보내 놓고. 왜 늦잠을 잤나 생각해보니

어제 늦게 커피를 마신 탓에 새벽 4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고. 핸드폰 배터리는 방전이 되어 있어서 알람도 잠들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갱년기 가 시작되면서

뒤 치덕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면 쉽게 잠이 들지 않아서 밤을 꼬박 새울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혼자 잠을 잔다.

핸드폰을 머리맡에 놓고서 알람에 신경을 쓰는데.

방전이 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침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편을 굶겨 보내는 마음은 편치 않았다.

오늘따라 압력밥솥 스팀 소리가 요란하다.

밥이 되자 가 허전했는지. 양푼에다 남편의 밥까지 넣고

밥을 비벼 먹는 나는 중얼거린다.

"부부는 일심동체."

내가 먹으면 당신이 먹은 거나 다름없지.

ㅎㅎㅎ

웃지 못할 괴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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