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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Aug 18. 2022

경비 아저씨

외국인과의 대화

  50이 들어서자 갱년기라는 꼬리표가 늘러 붙었고

 아이가 다 대학에 다니면서 덧없는 시간 속에 비릿한 우울이 묻어 나왔다. 남편과 아이들이 빠져나가면 저녁  늦게까지 빈 둥지를 지키는 나는 어딘가에 나의 이름을 던져버리고 싶었다.

  무료함과 나태함은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고 내가 나를 향해 구시렁거리는 소리는 해방을 갈구하는 몸짓이었다.

  헛되지 않은 기도소리에 친구의 권유로 엔틱 장사를 하게 되었다.

  크고 작은 가구들이 그 나라의 명찰을 달고 가격이 메겨지고 있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 만든 것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이태리에서 만든 것은 다른 나라 것에 비해 5배 정도로 비쌌다.

  물건의 정교함과 디자인이 월등이 나은 이태리 제품은 너무 비싸 많이 구입할 수 없고 거의가 다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제품이었다.

  게는 아침 10시에 나가 저녁 7시면 들어오곤 했는데, 진열된 가게를 보면 가슴 뿌듯하며 예쁜 장식들을 보면 모두  다 내가 갖고 싶었다.

  6개월이 지나자 단골도 생기고 장사에 좀 눈을 떴다고나 할까? 상품에 대한 설명하는 말주변도 늘었다.

  어느 날 외국인 한 분이 들어왔다. 나는 영어라고는 인사 정도와 가격을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녀는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무언가를 묻고 또 물었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나는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만 젓고 있는데 경비아저씨가 들어오셨다. 이내 그녀와 인사를 나누더니 유창하게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고 그녀와 경비아저씨 대화를 숨죽이며 들었다.

  아저씨가  통역을 한다. 이 제품은  어느 나라 제품이며.

언제 만들어졌으며, 얼마까지 줄 수 있으며. 집이 좀 먼데 실어다 줄 수 있는지  묻는 거였다. 나는 경비아저씨에게 제품에 대하여 소상히 말하고, 가격이 맞춰지자 나머지는 그녀가 원하는 데로 해준다고 했다.

  경비아저씨 통역으로 모든 게 일사천리로 이루어지고

그녀는 함박웃음을 웃으며 땡큐. 땡큐 연이어 인사를 하면서 가게를 나갔다. 뒤를 이어 아저씨도 나갔다.

  여태껏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는  아저씨에게 뭐라고 말하지 경비아저씨라고 쉽게 보고 인사도 없이 지나칠 때가

많았는데, 무거운 마음이 짓눌렀다.

  음료수 한 박스 사들고 경비실에 들르자 미소를 머금으며 잘하는 것은 없는데 영어는 좀 할 줄 아니 혹 외국인이 오면 부르란다. 어디서 영어를 배웠냐고 묻자. 외국에서 대학을 나왔다고 했다. 또다시 밀려오는 것은 외모로 판단한 나 자신에  반성을 하면서 적어도 장사를 하려면

영어 공부는 수구나 깨우쳤다.

  집에 오는 내내 경비아저씨의 유창한 영어 발음이 귓전을 머물며 경비하시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65세가 넘고 보니 어디에서 딱히 써주는데도 없고. 이 나이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고 하셨다. 가끔은 험한 일도 당할 텐데. 긍정적인 생각에 고개 숙여졌다.

  앞으로는 그 누구도 외모로 판단하지 말자. 앞으로는 그 누구도 직업으로 판단하지 말자.

세 명이 걸어가면 한 명은 나의 스승이라는 말을 마음속에 새기자 골목길도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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