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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Aug 10. 2022

60대 임산부라니

넘을 수 없는 벽




  나는 어려서부터 자장면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중국집에서 모이면 언제나 자장면 곱빼기를 먹어야 양이 차곤 했었다.

  오늘도 친구들 모임에 자장면 곱빼기를 먹고,  덤으로 탕수육까지 먹었다. 식탐이 많은 나는 오늘도 양껏 먹었다.

  어차피  펑퍼짐한 원피스를 입어 배가 나와도 괜찮겠지. 생각하고 카페에 들러 커피와 케이크 한 조각을 먹고서야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

  비어 있는 자리는 없고 배는 부르고 힘이 들어 천정에 붙어있는 손잡이를 잡자 갑자기 오십 대 남자분이 죄송하다며 자리를 양보한다.

  자리를 보니 그 자리는 임산부 자리였다. 나는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는 일어나서 다른 곳으로 가고 여러 사람이 나를 보자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자 내 또래의 옆에 앉아 있던 분이

  " 힘드실 텐데. 앉으세요."

한 술 더 뜬다. 앉을 수도 없고 서 있자니 여러 사람의 눈총이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전철문이 열렸다.

  나는 총알처럼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일단은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 상책이었다.

  두 정거장이나 앞에서 내린 나는 옆도 뒤도 안 돌아보고 앞만 보고 걸었다.

  60대에 일어난 에피소드 치고는 어이없고, 황당하고! 창피하기까지 했다.

  사람들과 섞이면서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눈이 나빴나 60대 아줌마를 임산부로 착각을 하고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한편으론 그렇게 젊어 보였나. 실실 새어 나오는 웃음은 여자의 속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임산부로 보인 게 무엇 때문 일까?

  배가  많이 나와서 일까? 아님 임산부 같은 원피스를 입어서 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썼으니 나이를 분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 때문에 실수를 많이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내가 당하고 보니 잠깐이지만 황당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지 않았던가!

  집에 와 있었던 일을 남편에게 말하며

  " 마스크 쓰지 안 했어도 누군가 나를 임산부로 보아준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텐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 아줌마 정신 차려. 그리고  뱃살을 빼."

  아! 정답이다. 오늘을 교훈 삼아 앞으로는 많이 먹지도 말고

임산부 같은 원피스도 입지 말고 살도 좀 빼야지.

  나에게 다짐했건만, 딸아이가 들고 들어온 치킨의 냄새에

괴로워하며 늦은 밤 치킨을 먹고서야 행복한 잠이  들었다.

  넘을 수 없는 벽이 나를 향해 비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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