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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Feb 14. 2022

지루성 피부염

내 머리 어때요

  


  일 년 전  파마만  하면 머릿속이 물집이 잡히고 딱지도 생겼다.

  처음에는 청결치 못해서 그런가 하고 하루에 두 번씩 머리를 감았다. 그래도 여전히 머릿속은 물집이 잡혔다.

  하는 수 없이 병원에 가니 지루성 피부염이란다.

  나한테 왜 이런 것이 생기냐고 물어도 딱히 정답이 없었다.

피가 잘 통하지 않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그럴 수도 있, 또는 체질이 바뀌면 그럴 수 있다는데 모든 설명이 나에게는 변명처럼 들렸다.

 병원에 가서 약을 먹으면 그때만 괜찮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증상이 나타나곤 했다.

  생각 끝에 일 년 동안 파마를 하지 않고 두피 마사지와

두피에 좋다는 약을 먹고. 천연 샴푸로 머리를 감고

마치 어린아이 다루듯이 최선을 다해

 머릿속에 정성을  다 했다.

  일 년이 지나자 긴 머리는 자르기만 해서  단발이 되었고  미끌거릴 정도로  머릿결은 좋았다.

  친구들은 속도 모르면서

  " 나이가 몇인데 단발이니 나이에 맞게 머리를 하렴."

  난 친구들에게도 지루성 피부염이 있다는 것을 숨겼다.

  딱히 말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고. 나름 창피하기도 했다.

  머리 두피가 좋아지자 풍성한 파마를 하고 싶었다.

  미장원에 가서 두피 이야기를 하고 천연 약품으로 파마를 했다. 하면서도 걱정은 되었으나 두피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단발머리 일 때는 좀 초라해 보였는데. 파마를 하고 나니

풍성해서 인지 생기가 있어 보였다..

  오랜만에 파마를 해서인지 기분도 좋고 들어오는 길에

저녁에 주려고 소고기를 샀다.

  불고기에 된장국에 저녁을 먹은 남편은 내 머리를 보고도 아무 말이 없다.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남편에게 다가가

  " 전에 머리가 좋아 지금 머리가 좋아."

  물어보자

  " 전에 머리가 어땠는데."

  " 아니, 지금까지 어떤 여자하고 살았는데."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속상했다.

  아무리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해도 나의 이전 머리가 생각이 안 난다니. 치매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 말 조차도 하기 싫었다.

  조금 후 딸기를 씻어 와 먹으라고 주면서

  " 귀부인처럼  생겼어."

  " 지금 머리가 훨씬 좋아."

  상황이 좋지 않자 급하게 말로 덧칠을 한다.

  이미 쏟아진 물 주어 담으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쓰리고 아픈 마음은 시계추처럼 흔들거리고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따스함으로 살아야 하는데

  지금 이 순간 나의 첫사랑 영남이가 보고 싶다.

  내 얼굴에 여드름까지도 세어 주던 영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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