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은 창가에 흘러내리고

물기 없는 날들

by 송영희



아침부터 눈이 내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어려서는 눈이 내리면

손으로 눈을 뭉쳐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게 고작이다


늦게 출근하던 아들 녀석이

혼자인 내가 마음 쓰였나

곤약 팝콘을 건네준다

곤약 팝콘을 다 먹고

무엇에 허기라도 졌나

강냉이 팝콘까지 전자레인지에 돌려

고소함과 따스함까지 먹고 나니

마음의 허기가 가라앉았다


코로나는 일상을 어둡게 적셔버리고

철창 없는 감옥이 되어

오늘이 내일이고 내일이 오늘인 지금

언제나 문을 통과하면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을는지

아무 일 없었던 일상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을

왜 미처 깨닫지 못했을까


먼 산을 바라보고

내 천을 바라보고

빌딩 숲을 바라봐도 답은 없고 메아리뿐


미라처럼

물기 없는 날들을 마주하고

오늘도 창가에 앉아

몇 잔의 차를 마실지

또 다른 내가 내 안에 앉아

나를 숙성시킨다


정다운 이들을 생각하며

옛일을 떠올리며

알맞게

조용하게

적당하게

발효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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