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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Feb 23. 2022

정자동 카페골목

10미터를 두고

  



  처음에 분당으로 이사를 오고 카페 골목이 아름답다고 해서

나는 종종 저녁을 먹고 나면 카페 골목을 걷곤 했다.

  은은한 조명과  이국적인 맛이 나는 이 거리는  누구나가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커피 샾과 옷가게. 음식점이 골고루 섞여 저마다 고즈넉한 분위기로 유럽풍의 작은 도시의 한 부분처럼 되어 있었다.

  그런데 10년이 되면서 이곳도 변화가 생겼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코로나 때문에 음식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커피 샾이 생겨 10미터마다 커피 가게다.

  각기 브랜드도 틀리고 가게 이름도 다르지만, 왠지 씁쓸함은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백 미터를 두고 8개의 커피 샾이 있으니 거의 10미터에 하나꼴이다.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나오지도 않는 커피를 이토록  좋아했단 말인가!

  문화가  바뀌어도 너무 급속도로 바뀌어 씁쓸할 때가 많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어차피 가게를 차렸으니 이 어려운 시기에 모두가 문 닫지 않고 잘해나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젊은 엄마들은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 놓고 카페에서

아침 겸 점심으로 브런치를 즐겨 먹기에 이렇게 커피샾이 많이 생긴다 말은 들었지만, 나는 이직도 뚝배기에 밥을 좋아하다 보니 젊은 층의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한편으론  반찬. 청소. 빨래. 집안일에 매여 내 시간 한 번 가지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나를 보며 젊은 층의 엄마들이 현명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 현시대를 살아가면서 짧게나마 내 시간을 갖고 나를 뒤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육아에 힘들고. 가정일에 힘들고, 남편의 내조에 힘든 젊은 엄마들이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다면, 그래서 엔도르핀이 생긴다면, 건강한 가정이 꾸려진다는 생각이드니  나의 고지식한 생각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언젠가는 폼 잡고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내 시간을 가져보리라.

   노트북을 가져와서 이곳에서 글도 써보리라 마음먹으니

갑자기 십 년은 젊어진 것 같았다.

  잎이 다 떨어진 가로수가 해맑게 웃으며 봄이 오면 싹을 틔울 거예요.

움츠리지 말고 하고 싶은 것 다 해봐요.

바람에게 전하나를 응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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