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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Jan 13. 2023

길거리 캐스팅

밥 짓는 아줌마



  몇 해전 나는 출퇴근길에 참새 방앗간처럼

들리는 식료품 가게가 있었다

  오늘도 그곳에 들러 집에서 필요한 것을 고르고 있는데

중년 신사가 물건을 고르다 말고 나를 정신없이 쳐다본다.

그 시선이 너무나 뜨거워 나는 고개를 세우고

  " 저 아세요."

  하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중년 신사분이 하는 말 동양적인 한국의 어머니 상이라나 하면서 잔잔한 미소로 말했다.

  나는 너무나 가 막혔다. 

  아니 내 나이 칠십 정도라면 이해가 가지만 이제 오십 중반인데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나 싶어 분이 상했다.

  빨리 이곳을 뜨고 싶은 생각에 물건값을 치르고 있는데

그 중년 신사가 가까이 오더니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명함 한 장 드리고 싶다며 거의 반 강요하듯이 내 손에 쥐여준다.

  생각이 있으면 꼭 연락을 달란다.

  나는 손에 명함을 쥔 채 정신없이 그곳을 빠져나왔다.

  밥집 아줌마 같은 나에게 무슨 짓이야!

 실없이 보이는 그 사람이 우스워 보였다.

 전철을 타고서야 명함을 펴보니 ㅇㅇ 소속 연예인 분과 위원장이었다.

  사실일까? 아닐까?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 나이에 밥집 아줌마 같은 내가 캐스팅되다니

  "웃긴다. 웃겨."

  하면서도 아까완 달리 기분이 별로 나쁘진 않았다.

  집에 와 들뜬 마음으로 저녁을 하고 있는데 남편이 들어왔다.

  나는 남편에게 명함을 보이면서 으쓱했다.

  " 여보. 나 조만간에 브라운관에서 보게 될 거야."

  " 나한테 함부로 하지 마! 길거리 캐스팅되었거든."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편이 쏘아붙였다.

  " 아줌마 정신 차리세요. 개나 소나 연예인이 되면 난 벌써 장동건이게."

  하며 나를 비웃었다.

  소파에서 듣고 있던 딸아이도 한마디 한다.

  "아빠. 엄마 가만 놔두면 사기꾼에게 당할지도 모르니 명함을 없애 버려요."

  단호히 말하는 딸아이가 더 미웠다.

  아들 녀석이 들었는지 방에서 나오더니 엄마가 아무 남자나 보고 비실비실 웃으니깐 자기 좋아하는 줄 알고 명함 줬다며 꿈 깨란다.

" 살이 찐 엄마가 돈 많아 보이니까 접근한 거야.!

  순식간에 바보가 되었다.

  " 내가 어쩌자는 것도 아니고 명함을 주었으니 가져왔을 뿐인데 왜 이렇게 오버를 하고 난리야 난리."

  " 혹시 사기당할까 봐 그러는 모양인데

전화 안 할 테니까  걱정 마."

  그 말을 듣고서야 우리 가족들은 조용해졌다.

  우리 사회에 부패한 도덕성이 사람들을 믿지 못하는 풍토가 되어 버린 지금

  불신으로 하여금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짐은 어쩔 수 없었다.



 (사진ㅡ  네이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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