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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Jan 24. 2023

그녀의 우울과 조울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니




그녀는 우울증과  조울증  환자다

어쩌다 기분이 좋은 면 세 시간도 넘게  혼자서

말을 하다가 제풀에 꺾여 사그라들 때가 많다.

또 기분이 울적할 때면 몇 주가 되어도

방 안에 틀어박혀 나올 줄 모른다

이런 그녀를 시공부 하면서 만났으나

누구도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서

나 또한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유독 나에게

는 정이 자기를 봐 달라고

 메마른 시간을 끌어안고 

살아남고 싶은 몸부림이라는 

것을 알고서 마음을 열었다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러울 때마다

나에게 찾아와 풀어놓고 가는 그녀의

힘겨운 고백을

나는 언니처럼 들어주곤 했다

그러면서 그녀가 여리고

인정 많고 사리분별 있다는 것을 알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그녀의 우울은  남편이 사업이 어려워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우울도 함께

따라다녔다.

어쩌다 돈이 생기면 나와의 식사 약속을

잡던지 아님 나의 선물에  몰두한다

돈을 아껴서 꼭 필요한 곳에 쓰라고 말하건만

그녀는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며

나에게 최선을 다 한다.

부담도 되고 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있는 힘껏 뿌리쳐 보지만 늘 허공에

대고 말하는 듯 그녀는 듣지 않았다.

무엇이 그렇게 힘들어 나에게 정을 매달고 살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남편과는 거의 졸혼 태이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어서 그녀의 외로움은

늘 눈처럼 쌓여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말이 많고 우울과 조울이 섞여 있는 그녀에게

쉽사리 다가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탓에

자기의 말을 잘 들어주는 나를 택했는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나도 그녀를 멀리 하고 싶었으나

두 눈에서 간절하게  

 " 나를 좀 봐주세요."

 느껴질 때  나는 그녀의  모든 것을

이해해 보기로 마음먹고  그녀와 대화를 시작했다.

만날수록  순수함과 계산 없이 좋아하는 그녀에게

나는 조금씩 스며들고 있었다.

부족한 것은 그녀가 아니고 나  자신이었다.

귀찮고 힘들고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다면

만나지 말아야지 내면에 깔고 있는

 자신이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평가하지 말고 여섯 살이 어린 그녀에게

나로 하여금 조울과 우울이 조금이라도

씻겨 나갈 수 있다면

미흡하나마 힘이 되어주고 싶다

그녀 와의 만남을 지속하면서 좋은 만남으로

조금씩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그녀의 웃음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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