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영희 Oct 05. 2021

건망증

물이 된 소금

 


 며칠 전에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안에서 가장 좋은 소금을 샀다면서 햇빛에 간수를 잘 빼서 먹으라고 했다.

  이틀 후에 20킬로짜리 소금 한 포대가 왔다. 물기가 있어서인지 무거웠다. 간수를 빼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플라스틱 의자 위에 힘겹게 소금 포대를 올려놓고 반반하게 토닥이며 조금 넓게 펼쳐놓았다. 눈부시게 내리쬐는 햇빛에게

'젖은 소금 부탁해.'

  말을 하고 옥상을 내려왔다. 그리고는 이내 옥상에 소금을 놓았다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사흘이 지난 뒤에야  저녁에 음식을 하면서 소금 포대 생각이 났다. 그 순간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아찔했다. 이틀 밤새 비가 내렸는데

'이를  어째.'

  하면서  옥상으로 내 달음 쳤다.  옥상으로 올라가 보니

마치 얼음이 녹은 것처럼 빈 포대가 말갛게 앉아 있었다.

나이 먹는 것도 속상한데 건망증까지

  '아! 나를 버리고 싶다.'

  누군가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면 정신 건강에 안 좋으니

적당히 잊어버리며 살라고 말은 하지만 요즘은 빈번한 건망증으로 불편함을 겪을 때가 많다.

  빈 포대를 보면서 멀리서 구입해 준 언니에게 미안한 마음과 죄스러운 마음에 비밀로 하기로 하고 또 남편에게도 비밀로 해야 했다.

  같은 나이에 남편은 늘 메모하는 습관이 들어서인지 처럼 잊어버리거나 실수하는 일이 드물다. 그래서 내가 실수하는 일이 있으면 사정없이 나를 나무란다.

  ''머리를 믿지 말고 메모해.''

  한심스러운 어투로 늘 상 하는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꾸중 듣는  나로서는 기분 상할 때가'많다.

  나는 성격상 대충대충 하는 편이다. 잣대로 재는 듯한  그런 성격이 되지 못한다.

  '그래  실수하면서 살아야 사람 냄새도 나지.'

  내가 나를 위로하지만 30년 전 엄마가 치매로 나를 알아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세상을 떠나셨기에 겹칠 되는 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글쓰기를 하는 것도 어쩜 치매에 도움이 된다 해서 시작했는데 코로나로 2을 놀은 탓인지 정신이 나태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생의 종착역으로 가는 순간까지  소중한 사람들과 즐거웠던 일, 가슴 아팠던 일,  기억하며 살고 싶다.

  나이테 하나씩  긋고 가는 세월의 벽면에 맑은 정신으로 살았노라고 짜깁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소멸되지 않은 웃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