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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시골집

by 송영희



빈집에

적막이 똬리를 틀고 있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몇 년 만에 돌아와 보니

앞마당에 앵두는 저 혼자 피고 지고

질퍽하게 핏빛 눈물 흘리고 있다



툇마루엔

바람에 살을 내어 준 것처럼

아버지의 수척한 모습이 앉아있고

토방에는 다 헤어진 고무신 한 짝 누워있다



새벽이면 어머니는

정화수를 올려놓고

자식 위해 하얗게 고인 한숨

장독대에 뿌려지고



논 밭 일에

휘어진 팔다리는 모든 것을 내어주고

뒤뜰에 별이 되었다



집에 얽힌 기억도

한 세대의 지난날도

흙벽 모서리와 함께 떨어져 나갔고



고요가 내려앉은 헐렁한 집

풀 벌레들이 웽웽 울어 대는데

흩어진 돌멩이 사이로

민들레 홀씨만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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