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영희 Oct 01. 2021

소멸되지 않은 웃음

마트료시카



모스크바 붉은 광장

무심코 고개를 돌리자

쏟아지는 웃음이 왁자하다

그녀의 이름은 마트료시카

복제된 미소가 내 마음속에 들어와

출렁이기 시작했다

출렁임을 잠재우기  위해  열  개를 샀다

모두 50명의 여자가

내 여행가방 속에서 웃고 있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세관원이 여행가방을 열자

50명의 여자들이 러시아말로 쏘아붙였다

겁이 난 세관원이  급히 가방 문을 닫는다



집에 와 50명의 여자를 풀어놓자

남편이 안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내도 무서운데

러시아 여자는 더 무섭다고



하나하나 다른 집에 입양을 보낼 때도

두려움 없이 그녀들은 웃고 있었다

먼 타국에서  불법  이민자가 되어도

사랑받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복제된 모습과 화사한 웃음으로

다시 만난  사람들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