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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되지 않은 웃음

마트료시카

by 송영희



모스크바 붉은 광장

무심코 고개를 돌리자

쏟아지는 웃음이 왁자하다

그녀의 이름은 마트료시카

복제된 미소가 내 마음속에 들어와

출렁이기 시작했다

출렁임을 잠재우기 위해 열 개를 샀다

모두 50명의 여자가

내 여행가방 속에서 웃고 있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세관원이 여행가방을 열자

50명의 여자들이 러시아말로 쏘아붙였다

겁이 난 세관원이 급히 가방 문을 닫는다



집에 와 50명의 여자를 풀어놓자

남편이 안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내도 무서운데

러시아 여자는 더 무섭다고



하나하나 다른 집에 입양을 보낼 때도

두려움 없이 그녀들은 웃고 있었다

먼 타국에서 불법 이민자가 되어도

사랑받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복제된 모습과 화사한 웃음으로

다시 만난 사람들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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