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영희 Sep 30. 2021

쌀 튀밥의 추억

회초리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탓에 어머니는 우리 다섯 남매를

열심히 키우셨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일에 매달렸다. 그리고 하루가 절약으로 시작해서 절약으로 끝날 정도로 절약을 강조하셨다.

  불 아껴라, 물 아껴라, 종이 아껴라, 비누 아껴라  등등~~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나는 모든 게 잔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아침엔 죽이고 점심과  저녁은 꽁보리밥, 반찬은 김치와 단무지 멸치가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휴일 아침 이모부가 매우 아파 우리 집 모든 식구가 나만 남겨두고 이모네 집에 가게 되었다.

  나는 처음으로 혼자서 집을 보며 만화책에 열중했다. 그런데 골목길에서 뻥튀기  아저씨의  '뻥이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나는 순간 엄마가 주고 간 300원이 생각났다. 달려가 뻥튀기  아저씨에게 튀기는 값을 물어보니

150원이란다. 나는 집에 들어와 쌀 뒤지를 열고  조심스럽게

쌀을 퍼 아저씨에게 갖다 주었다.

  조금  후  자루에 담아 준 뻥튀기는 내 생각과 달리 무척이나 많았다. 소문나면 안 되기에 뒷문으로 들어와 자루를 펴서 먹어보니 따스하고, 고소하고, 바삭하고, 입에서 살살 녹는 게 이제껏 먹어본 음식 중에 가장 맛이 있었다. 나는 먹고 또 먹고, 또 먹었다.

  얼마나 먹었는지 아귀가 아팠다.  직 반이나 남았는데

소문 날까 봐 누구에게 줄 수도 없었다. 생각다 못해  물에 녹여 먹었으나 그 또한 배가 불러 다 먹을 수가 없었다. 엄마가 오기 전에 이걸 다 해치워야 하는 데  큰일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보자기를 찾아 안 보이게 묶어서 뒤주 뒤쪽에 쑤셔 넣었다.

  저녁때가 되어 엄마가 오셨다. 고소한 냄새가 난다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뭘 먹었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아냐, 엄마가 해놓은 밥 먹고 놀았어.''

  조금 후 엄마는 회초리를 가져와 종아리를 걷으라고 하더니

열 대나 때렸다. 거짓말을 가장 싫어한 엄마였기에 거짓말한 대가를 혹독히 치렀다. 이미 옆집 아줌마에게 들어 나의 소행을 다 알고 물어본 것이었다. 나는 어린 마음에 엄마가 참 미웠다.

  밤이 되어 내가 잠든 줄 알고 바지를 올리더니 멍든 종아리에 안티프라민 약을 발라주며

  '어린것이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하시면서 우신다.

  손님이 오시거나 도시락을 쌀 때 조금씩 었던 쌀을 내가 철없이 뻥튀기를 했으니 ~~~

  그때 처음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리 5남매의 생계를

책임지시는 엄마도 힘들구나 생각하며 가슴 아파 나도 이불속에서 울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이만큼 풍요롭게 사는 것도 엄마의 절약정신이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 어렵고 힘들 때마다 길잡이가  되어 주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절약이란 단어 속에 어머니는 영원히  살아 있기에, 오늘도 나는 어머니의 향기를 맡으며

아이들에게도 절약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작가의 이전글 연못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