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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Oct 16. 2023

머슴

고독한 노후



그의 직업은 머슴이었다

맷집 좋은 몸으로 쌀 한 가마는 거뜬히 들었다

하루 종일  밭일과 소먹이와 장작패기를 해도 끄떡없었다.

그의 부지런함으로 주인의 집은 밭떼기가 늘었고

끝없는 일은 그의 몫이 되었다  


해바라기 곱게 핀 어느 날

작두에 손가락  두 개를 잃었다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맨드라미 피 빚이 채 가시가도 전에 주인은 그를 버렸고

그는 작은 연탄가게를 차렸다


밤낮으로 일해 그의 몸은 석탄처럼 굳어져 있었고

목에서는 검은 가래가 끊임없이 나왔으나


아이들만큼은

머슴 되지 말고 머슴 부리라고  끝없이 공부를 시켰다


시간이 흘러 유학 간 아이들은

먼 이국땅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아내와 걷던 길을 걸어 보지만

오래전 별이 된 아내는 밤에만 볼 수 있었다


다정했던 식구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한 장 한 장 새겨진 추억을 들춰내면

가슴에는 얼룩진 소음이 차오르고

떨어져 나간 손이 시린 가슴을 어루만져

닳을 대로 닳은 기억이

그의 그림자를 지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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